시리아 지진 잔해속 소녀 일기장… “눈물과 그리움” [사람,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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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추억과 난민생활 고통 기록
일기장 주인 생존 여부는 확인 안돼

13일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인 북부 도시 알레포에서 민간 구조대 ‘화이트 헬멧’이 주인을 잃어버린 일기장을 보고 있다. 화이트 헬멧 트위터 캡처
13일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인 북부 도시 알레포에서 민간 구조대 ‘화이트 헬멧’이 주인을 잃어버린 일기장을 보고 있다. 화이트 헬멧 트위터 캡처
“내전 전 축제는 ‘기쁨’과 ‘웃음’이었지만 이제 ‘눈물’과 ‘그리움’을 뜻한다.”

13일 미국 CNN 등은 시리아 민간구조대 ‘화이트 헬멧’의 트위터를 인용해 구조대 소속의 자원봉사자 무함마드 씨가 북부 알레포 일대에서 발견한 일기장을 소개했다. 무함마드 씨는 6일 시리아 북부와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한 지진이 발생한 후 줄곧 이 지역에서 구조 작업을 해 왔다.

그가 발견한 일기장은 낡아 헤지고 먼지로 뒤덮였지만 글씨만은 선명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나간 무함마드 씨는 일기장 주인이 ‘사라’라는 소녀임을 알 수 있었다. 사라가 이번 지진에 희생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기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기 전 사라가 고향에서 이슬람권의 금식 기간 ‘라마단’ 후 개최되는 ‘이드알피트르’ 축제를 회고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사라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 축제를 즐겼다”며 “너무 좋아서 축제가 끝나지 않기만을 바랐다”고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사라의 고향이 어디인지, 언제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교전지인 알레포로 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사라는 알레포로 온 후 이드알피트르가 눈물과 그리움을 뜻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모든 것에 대한 나의 열망 또한 죽은 것 같다”며 난민 생활의 고통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일기장 곳곳에 울고 있는 얼굴, 찢어진 심장 등의 그림도 그려놓았다.

무함마드 씨는 “일기를 읽고 마음이 매우 아팠다. 절로 집에 있는 내 아이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근처에서 사라 혹은 그의 가족을 발견할까 싶어 계속 뒤졌지만 끝내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대신 사라의 물품으로 추정되는 상장 몇 개, 분홍색 장난감만 있었다고 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시리아 지진#일기장#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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