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임금상승률 25년만에 최고… 물가 자극해 긴축 → 침체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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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인상 따른 고물가 고착 가능성”
연준, 高임금 지속땐 고강도 긴축
美투자銀 70% “美 올해 경기침체
수백만명 일자리 잃게 될것” 경고

지난해 11월 미국의 임금 상승률이 2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기업들이 경력자를 유인하고, 기존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임금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동시장 과열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우려하는 물가 상승 압박 요인이다. 기업들이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면 직장인들의 생활비가 올라가고, 이는 다시 임금 상승을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해 왔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고강도 금리 인상을 해 왔지만 노동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수밖에 없어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도 커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3개 투자은행 중 70%가 올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높은 임금 상승에 ‘인플레 고착화’ 우려
연준을 비롯해 많은 경제학자들은 임금이 올해 미국 물가 안정 여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와 임금이 시간차를 두고 연쇄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당 임금은 수직 상승 중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1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한 미국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중간값)은 지난해 11월 전년 대비 5.5% 올랐다. 이는 25년 전 애틀랜타 연은이 관련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1년 새 직장으로 옮긴 노동자들의 임금은 같은 기간 7.7% 올랐다. 미 노동시장이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실업률을 보이는 가운데, 기업들이 직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기존 직원의 임금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준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4.25%포인트나 올렸는데도 노동시장 과열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임금이 인플레이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며 연초부터 저명한 경제학자들끼리 트위터상에서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포문을 연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기업과 노동자 간 분배 갈등의 결과다. 기업은 마진을 높이려 하고, 노동자는 임금을 높이려 하며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히카르두 헤이스 영국 런던정경대(LSE) 교수도 “기대 인플레이션(사람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 상승률)보다 임금이 인플레이션의 향방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기세로 간다면 연준은 고강도 긴축을 통한 경기침체로 이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내다본다. 블랑샤르 교수는 “중앙은행이 나서서 경기를 둔화시켜야 기업은 마진을 줄이고, 노동자도 낮은 임금을 받아들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스포츠 경기를 더 가까이서 보려고 서로 일어나는 상황”이라며 “경기를 중단하면서까지 구경꾼을 앉히는 것보다 구경꾼끼리 서로 약속하고 앉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 美 주요 투자은행 70% “올해 경기침체”
연준으로부터 직접 국채를 사는 미 월가의 ‘프라이머리 딜러’ 은행 23곳 중 16곳은 올해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투자자들은 실업률도 지난해 11월 3.7%에서 올해 5%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결국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 헤지펀드 ‘사이언’ 최고경영자(CEO)는 경기침체를 잡으려다 물가가 다시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트위터에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찍었지만 이게 마지막 정점은 아니다. 올해 하반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될 정도로 물가가 떨어지겠지만 미국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고, 연준이 다시 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경기 부양을 하며 또 다른 인플레이션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임금상승률#연준#물가 상승#인플레 고착화#경기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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