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공태양 핵융합 발전… 무제한 에너지 생산 첫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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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1억도 유지에 쓴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 만드는 ‘순 생산’ 성공
기존 원전보다 위험 낮고 효율 높아
13일 성과 발표… FT “새역사 될것”

미국이 인류 최초로 ‘꿈의 에너지’라고 불리는 핵융합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장관은 13일 이 같은 실험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인 핵융합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이 기술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기존 원자력발전소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핵폐기물이나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방사능 유출 위험이 낮아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 美 연구팀 “핵융합 순에너지 생산 성공”
FT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과학자들은 최근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투입된 에너지보다 생산된 에너지가 더 많다는 뜻의 ‘순(純) 에너지(net energy gain)’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 2.1MJ(메가줄)을 들여 2.5MJ의 에너지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순 에너지인 0.4MJ을 온전히 전력 생산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핵융합 발전을 통해 순 에너지를 생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3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핵융합 연구 개발 프로젝트인 프랑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한국형 핵융합 연구시설인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 등도 아직 전력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순 에너지를 얻지 못했다.

현재 전 세계에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핵융합이 아닌 핵분열 반응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핵분열은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235와 같은 무거운 원자가 더 가벼운 원자로 쪼개지는 연쇄 반응에서 분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반면 핵융합은 수소 원자들이 더 무거운 원자로 합쳐지는 연쇄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태양 중심부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원리와 유사해 핵분열 발전은 ‘인공 태양’이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핵융합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수소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섭씨 1억 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 정도의 고온과 압력을 견디고 유지하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투입된 에너지양이 산출량보다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자기장으로 초고온 환경을 만드는 기존의 ‘토카막(tokamak)’ 방식 대신 192개의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빔을 작은 연료 캡슐에 집중시키는 ‘관성 봉입 핵융합(inertial confinement fusion)’ 방식으로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 “핵융합 발전소 상용화 시기 앞당겨질 듯”
이번 실험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생산의 초석을 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사성 물질을 연료로 쓰는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핵융합 기술은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 또는 삼중수소를 이용한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연료다. 삼중수소는 방사성 물질이지만 방사성 물질의 양이 처음의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반감기가 약 12년이다. 반감기가 7억 년이 넘는 우라늄-235 등에 비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핵분열 방식보다 약 4배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FT는 “이번 실험 결과가 최종 확인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목격하는 것”이라며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팀은 과학자들이 수십 년간 풀지 못했던 과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핵융합 발전소가 상용화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연구로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상용화까지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핵융합 발전소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석탄·가스에 대한 의존도 감소는 물론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이란 세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탄소배출 감축을 명분으로 한 중국 견제용 보호무역주의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옹호하는 데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핵융합 개발 분야에서도 미국을 빠르게 쫓고 있는 중국과의 에너지 경쟁 또한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인공태양#핵융합#친환경 에너지#지속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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