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이스타TVxKBS’에는 2022 카타르 월드컵 KBS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구자철이 출연했다. 그는 같은 달 28일 열린 가나와의 조별리그 H조 2차전이 끝난 후 김민재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구자철은 “민재가 ‘제 위치가 잘못됐기 때문에 세 번째 실점을 허용한 것 아니냐’며 ‘이 부분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아 너무 슬프지 않나”며 안타까워했다.

후반 23분 수비수 기디언 멘사가 왼쪽을 파고들며 반대쪽으로 땅볼 크로스를 찔렀고, 이를 골지역 정면에 있던 이냐키 윌리엄스가 차 넣으려다 헛발질했다. 공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있던 모하메드 쿠두스에게 흘러갔고, 쿠두스는 왼발로 감아 차 한국 골문을 뚫었다.
김민재는 윌리엄스에게 오는 공을 끊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했다. 구자철은 “민재에게 ‘윌리엄스가 슈팅하려 했을 때 네가 바로 반응했고, 윌리엄스가 슈팅했으면 네 몸에 (공이) 맞고 나갈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다만 구자철은 “제가 만약 감독이 된다면 경기 내용을 분석할 때 한 장면을 뽑아서 그 장면만으로 얘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 장면이 왜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상황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풀어서 그걸 해결해야 하는데 많은 감독은 한 장면을 갖고 이야기한다. 이런 부분은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구자철은 “민재뿐 아니라 지금 선수들은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정상적인 컨디션과 멘탈로 포르투갈전에 나갈 수 있느냐를 봤을 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그렇다고 해서 안 할 거냐, 이기지 않을 거냐고 했을 때는 이겨내야 한다. 선수들이 해야 하는 숙명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선수들은 그렇게 할 것”이라며 “만약에 선수들이 열심히 안 한다면 우리가 문책할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최선을 다했을 때는 끊임없이 지지해주고 같이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무 1패로 조 3위인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오는 3일 0시에 열리는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