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난동에 경찰 최루탄 쏴… 놀란 관중 출구로 몰리며 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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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축구장 최소 125명 압사사고

인도네시아 축구장, 관중 난입… 진압과정 최소 125명 사망 참사 1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말랑의 칸주루한 축구장에서 안방경기에 나선 프로축구팀 ‘아레마FC’가 패배하자 이에 격분한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했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자 관중 수천 명이 출입구 쪽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현재까지 최소 125명이 숨지고 180명이 다쳤다. 말랑=AP 뉴시스
인도네시아 축구장, 관중 난입… 진압과정 최소 125명 사망 참사 1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말랑의 칸주루한 축구장에서 안방경기에 나선 프로축구팀 ‘아레마FC’가 패배하자 이에 격분한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했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자 관중 수천 명이 출입구 쪽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현재까지 최소 125명이 숨지고 180명이 다쳤다. 말랑=AP 뉴시스

1일 인도네시아의 한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안방 팀의 패배에 흥분한 관중이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벌어져 최소 125명이 숨지고 180명이 다쳤다. 1964년 남미 페루 리마 축구장에서 328명이 숨진 사건에 이어 사망자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인명 피해가 많은 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망자 중에는 5세 어린이도 포함됐으며 경찰관도 2명 숨졌다.
○ 팬 난동→최루탄 진압→관중 출입구 몰려 참사
AP통신 등에 따르면 1일 오후 8시경 동부 자와주(州) 말랑시의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안방 팀 ‘아레마FC’와 방문 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경기가 열렸다. 두 팀은 자와 지역의 양대 라이벌이며 이날 경기장에는 수용 인원보다 4000명이나 많은 4만2000명이 입장한 상태였다. 경찰 또한 비상사태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었다.

경기장 밖으로 옮겨지는 부상자… 불에 그슬린 경찰차 1일 인도네시아 동부 자와 말랑의 한 축구장에서 경찰과 시민들이 
합세해 양측 충돌에 따른 압사 사고 등으로 발생한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위쪽 사진). 사건 당시의 참상을 보여주듯 창문 등이 
부서진 채 불에 그슬린 경찰차가 경기장 위에 넘어져 있다. 말랑=AP 뉴시스
경기장 밖으로 옮겨지는 부상자… 불에 그슬린 경찰차 1일 인도네시아 동부 자와 말랑의 한 축구장에서 경찰과 시민들이 합세해 양측 충돌에 따른 압사 사고 등으로 발생한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위쪽 사진). 사건 당시의 참상을 보여주듯 창문 등이 부서진 채 불에 그슬린 경찰차가 경기장 위에 넘어져 있다. 말랑=AP 뉴시스
아레마FC는 안방 팬들의 응원에도 1999년 이후 23년 만에 최초로 안방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격분한 아레마FC 열성 팬 약 3000명은 오후 10시경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으로 난입했다. 놀란 페르세바야 선수들은 서둘러 경기장을 나가 경찰의 무장 장갑차 안으로 대피했지만 걸어 나오던 아레마FC 선수단과 일부 경찰은 관중에게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했다. 일부 관중은 주변의 경찰차를 부수고 불태웠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여기저기서 최루탄이 터지자 관중들은 앞다퉈 출구를 향해 달렸다. 관중 대부분은 경기장 10번 출구로 향했다. 니코 아핀타 동부 자와주 경찰청장은 “사람들이 출구 한 곳으로 달려갔고 그곳에 점점 사람들이 많아졌다. 산소도 부족해졌다”고 했다.

서로 밟고 밟히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질식해 숨지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속출했다. 한 생존자는 “많은 이들이 발밑에서 짓밟혔고, 최루탄 연기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영상들에는 어린 딸을 품에 안고 뛰는 남성, 경기장 난간을 기어오르는 관중, 그라운드에 방치된 시신 등 당시의 참혹한 모습이 담겼다.

자와주 부지사는 사망자가 174명(2일 기준)이라고 발표했으나 몇 시간 뒤 수사당국이 “일부 사망자가 중복 집계됐다”며 125명으로 정정했다.
○ ‘최루탄 남용’ 과잉 진압 논란
일각에선 축구팬들의 난동에 최루탄까지 쏘며 대응한 경찰의 과격 진압이 참사의 발단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시민단체 ‘인도네시아 경찰감시단(IPW)’은 2일 페르리 히다야트 말랑 경찰서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소속 운동가 베로니카 코만 씨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전부터 최루탄을 과도하게 써 왔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팬들의 과도한 응원 행태 또한 고질적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 축구팬들이 인도네시아어로 ‘죽을 때까지’를 뜻하는 ‘삼파이 마티’란 용어를 쓰며 경기장에서 폭력적인 행태를 자주 보인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1부 리그 일정을 일주일간 중단하고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일 “향후 축구 경기에 관중 입장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인도네시아#축구장 난동#압사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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