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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푸틴, ‘포르투갈 크기’ 점령지 러에 병합 선포

입력 2022-10-01 03:00업데이트 2022-10-0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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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3일만에 합병조약 서명
“美, 日에 핵사용 선례” 핵공격 위협
“러시아” 외치는 푸틴과 4개 점령지 수장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30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성게오르게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점령지 병합 조약 서명식에서 러시아 정부가 임명한 이들 지역 행정수반들과 두 손을 들며 “러시아”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주, 예브게니 발리츠키 자포리자주 행정수반, 푸틴 대통령, 데니스 푸실린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레오니트 파시치니크 루한스크인민공화국 행정수반. 이곳에서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조약 서명식도 열렸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 4곳에 대한 병합 공식 선포를 강행했다. 유엔은 이를 “유엔 헌장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5%(약 9만 km²)나 되는 포르투갈 크기만 한 지역이 러시아에 불법 병합되면서 우크라이나 영토가 사실상 ‘동서 분단’의 운명을 맞았다.

푸틴 대통령은 병합 주민투표 3일 만인 이날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으로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의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들을 불러들여 병합 조약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일본에 2차례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례를 남겼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합병된)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4개 지역이 새로 생겼다. 이곳 주민들은 영원히 우리 시민이 됐다는 걸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듣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국이 이미 핵무기를 사용한 만큼 러시아도 병합 지역이 공격받으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부 당국자들은 “해당 지역 4곳은 병합과 동시에 러시아의 핵우산 아래로 들어온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침공 7개월 만에 우크라이나군의 동남부 지역 대반격으로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핵 카드를 꺼내 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할지 중대 기로에 섰다.

러, 점령지 민간인 공격 25명 사망… 모스크바선 병합 축하 콘서트


푸틴, 점령지 병합 선포
민간인 탄 차량 행렬에 미사일 쏴… “우크라 전역서 민간인 90명 사상”
붉은광장에 ‘함께 영원히’ 현수막… 새해맞이 하듯 카운트다운 시계도
푸틴 “모든 수단 동원 영토 지킬것”… “美가 독일-한국-일본 점령” 궤변도




점령지 주민 공격한 날, 병합 자축한 러시아 30일(현지 시간) 민간 차량들이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로 향하는 길에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큰 구멍이 생겼다. 멈춘 차들 옆에 시신들이 하얀 천으로 덮여 있다. 국제사회가 불법이라고 규탄하는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의 병합 조약 체결 전에 가해진 이 공격으로 최소 25명이 숨지고 50명 넘게 다쳤다(왼쪽 사진). 몇 시간 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조약 체결을 축하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뒤편에 4개 병합 지역을 가리키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러시아!’라고 적힌 입간판이 보인다. 자포리자·모스크바=AP 뉴시스
러시아는 3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의 병합을 공식 선포하기 몇 시간 전 병합 대상 점령지 중 한 곳인 자포리자로 진입하는 우크라이나 민간인 차량들을 미사일로 공격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켜 놓고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화려한 병합 축하 콘서트를 열었다.
○ 푸틴 “우크라, 모든 군사 행동 멈춰라”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친지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나오기 위해 자포리자로 향하던 인도주의 호송대 차량 행렬이 공격을 받아 25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상자 전원이 민간인이라고 전했다. 텔레그램에 올라온 사진에는 불에 탄 차량과 도로에 쓰러진 시신들이 보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테러국가(러시아)가 자포리자에 하루아침에 로켓 16발을 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만 90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사상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29일부터 모스크바 붉은광장 근처에서 병합 기념을 위해 대형 스크린과 콘서트 무대를 준비하고 ‘함께 영원히(Together forever)’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현수막에는 병합 대상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의 이름이 담겼다. 러시아 국영방송은 새해맞이 축제라도 하듯 30일 공식 병합 선포 때까지 카운트다운을 위한 시계를 내걸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일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의 병합 조약 체결 직전 연설에서 “미국이 독일 한국 일본을 점령하면서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향해서는 “2014년에 시작한 모든 군사 행동과 전쟁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요구했다.
○ 우크라, 병합 지역 진격…핵전쟁 기로
러시아가 병합 공식화를 강행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정부 당국자들은 “병합 지역에 핵우산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2020년 서명한 러시아의 핵 사용 방침(독트린)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재래식 공격에도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번 병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점령지를 공격하면 핵을 사용할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영토로 병합을 선언한 지역인 동부 도네츠크 북부의 리만 마을 일대 공격을 강화해 러시아군을 일부 포위했다고 AFP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중심부로 이어지는 관문인 이곳을 함락시키면 도네츠크 진격 발판이 마련된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 진격이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여부를 시험할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봤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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