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푸틴, 해결책 없다”…美언론들 분석 봇물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14일 1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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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 대부분을 4일만에 탈환하고 러시아군의 전략 거점이던 이지움도 점령하는 등 러시아군의 패배가 부각되면서 미국 언론들이 13일(현지시간) 일제히 ‘푸틴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식의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불리한 전황을 뒤집으려면 총동원령을 내리거나 전술핵 등 대량파괴무기 사용 등이 필요하지만, 그러면 푸틴의 안위를 크게 위협할 정치적, 군사적 위험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 CNN은 “하루키우 재앙으로 최대 위기에 몰린 푸틴 출구가 안보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하르키우 대패로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허점이 많다는 게 드러나면서 (푸틴이) 20년 동안 국내에서 구축한, 옛 소련의 위상을 되찾을 강력한 대외정책 전략가라는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CNN은 많은 전문가들이 러시아군이 키이우 공략에서 실패한 뒤 전쟁 목표를 돈바스 지역 전체 장악으로 수정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면서 푸틴에게 남은 선택지가 거의 없어 큰 문제에 봉착한 것으로 분석한다고 전했다.

CNN은 또 러시아군의 하르키우 패배로 러시아 내부 강경파들의 비판이 나오는 한편 지방 대표들이 푸틴의 사임을 요구하는 청원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러시아 국내 강경파들이 패닉에 빠져 총동원령과 우크라이나 민간시설에 대한 집중 공격, 나아가 전술핵무기 사용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모두 푸틴이 선택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총동원령으로 병력을 증원하더라도 이들을 훈련해 전장에 내보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이라고 강변해온 명분이 퇴색되고 국내의 정치적 반발이 극대화될 위험이 크다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은 우크라이나군의 항전 의지만 강화시키고 서방과의 갈등도 더 심화시키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CNN은 강조했다.

CNN은 이에 따라 푸틴이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은 협상을 시도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 뿐이라면서 러시아 정부가 이미 이런 방향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영토 양보를 다루는 협상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전했다.

미 위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를 초강대국으로 인정받게 한 강력한 지도자로서 푸틴의 이미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퇴색하고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그의 특성이 오히려 약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러시아군이 황급히 패퇴하는 와중에 푸틴은 모스크바에 새로 들어선 대관람차 오픈 기념식에 참석해 “유럽 최대”라고 자랑했지만 관람차가 몇 시간 뒤 고장났다면서 푸틴의 고장난 전쟁 전략과 훼손된 대통령 권위와 평판을 회복하기는 대관람차를 고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라고 꼬집었다.

WP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키이우 공략 실패와 돈바스 장악이라는 목표가 실패한 현재 상황에선 목표가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비꼬았다.

WP는 푸틴이 지금까지 전쟁에 대한 국민적 반대 여론을 자극할 위험이 있는 강제 징집령을 발하지 않으려 애써왔으며 일부 강경파들 주장대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중국과 인도 등 중요 협력국들의 지지가 위태로워지고 러시아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려고 애써온 노력도 무위가 된다고 분석했다.

WP는 지금까지 물러서는 법이 없었던 푸틴으로선 전쟁을 지속하려고 하겠지만 문제는 푸틴이 불리한 전황을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정치적 의지가 과연 있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이 전쟁을 질질 끌어가는 경우에도 국내에서 강경 지지세력과 반대 세력 모두에서 전쟁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해온 입장을 고수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WP는 전망했다.

WP는 푸틴이 시간을 끌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지가 약해져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번 하르키우 탈환으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오히려 강화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WP는 푸틴이 실상을 외면하고 고립된 상태로 전쟁 “목적들”을 추구하면서 패배를 거부하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우크라이나의 빠른 진격으로 러시아의 전쟁 계획이 타격을 받았다”는 기사에서 러시아군의 패주로 러시아가 제시해온 전쟁 관련 주장이 큰 타격을 받았으며 푸틴이 누구에게 잘못을 묻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WSJ는 러시아 정부가 패배하는 이유를 대중에 설득하기 이전에 스스로 납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전략 요충지 이지움을 우크라이나군에 내줌으로써 전쟁 목표로 제시해온 돈바스 완전 장악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가 전쟁 이래 가장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지만 시간은 러시아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WSJ는 또 러시아가 많은 우려와 공포감이 있지만 현재 처한 어려움을 공론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는 그러나 푸틴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 상태에서 러시아 정부가 체면을 세우고 러시아의 힘을 강조하는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으며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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