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반대’ 日 오키나와 지사 재선…기시다 정권에 악재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2일 16시 25분


미군기지 문제를 놓고 일본 중앙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일본 오키니와현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현직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다마키 데니(왼쪽) 일본 오키나와현 지사가 11일 오후 당선 확실 속보를 확인한 뒤 아내 치에코 씨와 손을 맞잡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다마키 데니(왼쪽) 일본 오키나와현 지사가 11일 오후 당선 확실 속보를 확인한 뒤 아내 치에코 씨와 손을 맞잡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오키나와에 미군 기지를 계속 두면서 대중국 방위망을 구축하려는 구상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로서는 악재를 맞이하게 됐다. 일본 내에서는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2일 일본 NHK방송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11일 투개표가 치러진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다마키 데니 현 지사가 33만 9767표를 얻어 자민당이 추천한 사키마 아쓰시 전 기노완시장(27만4844표)을 꺾고 재선 고지에 올랐다.

다마키 지사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미군기지 이전 문제에 대해 "오키나와 주민들의 생각은 1mm도 흔들리지 않았다"며 "새로운 미군기지 건설을 인정하지 않겠다. 국제 사회에도 기지 이전 문제를 당당하게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미군과 오키나와 출신 일본인의 혼혈인 다마키 지사는 탤런트, 라디오DJ 등으로 인기를 얻은 뒤 정치에 입문해 시의원, 국회의원을 거쳐 2018년 오키나와현 지사로 첫 선출됐고 이번에 재선에 성공했다. 오키나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지\'라고 불리는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 내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며 야권 단일후보로 자민당 추천 후보와 맞붙었다.

당선 기자회견 중인 다마키 데니 일본 오키나와현 지사.   아사히신문 제공
당선 기자회견 중인 다마키 데니 일본 오키나와현 지사. 아사히신문 제공


현내 기지 이전을 용인하는 입장을 내비친 사키마 후보는 선거 내내 여론조사에서 다마키 지사에 뒤졌다. 11일 오후 8시 투표 종료 직후 공개된 출구조사 결과에서 다마키 지사 재선이 확실하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1996년 후텐마 기지 반환에 합의한 뒤 오키나와 본섬 동쪽 지역인 헤노코로 기지를 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군 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전임 지사가 기지 설치를 위한 매립 승인을 취소한 데 이어 다마키 지사가 지난해 일본 정부가 제출한 연약지반 비행장 설계 변경을 승인하지 않기로 하면서 기지 이전에 제동이 걸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1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헤노코로 이전하는 것이 (오키나와 기지 이전의) 유일한 해결책이며 이 방침에 근거해 꾸준히 공사를 진행해 나간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문제로 기시다 정권에 대한 반발이 강해진 것도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이 이날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41%로 1개월 전(47%)보다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47%로 한 달 전(39%)보다 크게 늘며 지난해 10월 기시다 정권 출범 후 처음으로 비지지율이 지지율을 웃돌았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27일 열리는 아베 전 총리 국장 등에 대해 국회에서 직접 설명하는 등 역풍을 피하려 하고 있지만 통일교 문제 등이 계속 불거지면서 여론이 계속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물가 인상이 본격화되는 가을을 맞아 정권에 대한 타격이 강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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