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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국제

그리스 작은 항구 놓고 미-러 기업간 쟁탈전 치열

입력 2022-08-19 11:44업데이트 2022-08-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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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거의 이용되지 않던 그리스 북부 인구 5만명 작은 항구 도시 알렉산드로우폴리의 소유권을 두고 미국 회사 2곳과 러시아 연관회사 2곳이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렉산드로우폴리항은 현재 미 국방부가 막대한 양의 무기를 동유럽에 배치하는 전진기지로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가 동유럽 지역까지 침공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방책이다.

그리스를 통한 무기 반입에 대해 러시아는 물론 그리스와 오랜 앙숙인 튀르키예도 불만이 많다. 그리스와 키프러스 전쟁을 치르는 등 오랜 영토분쟁을 벌여온 튀르키예로선 그리스와 미국의 관계 강화를 안보 위협요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물론 인접 발칸 국가들도 미국의 군사활동 증가를 환영한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고 안보도 튼튼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현지 카페 주인 이안니스 카펠라스(53)는 “우린 작은 나라다. 큰 나라가 우릴 지켜주면 좋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이래 그리스내 군사활동을 크게 늘렸다. 이를 두고 러시아와 튀르키예 고위 당국자들이 국가안보 위협이라고 비난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6월 그리스 주둔 미군에 대해 “누굴 겨낭하는거냐? 미국은 러시아를 겨냥한다고 답하지만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그리스 외교부가 지난 5월 튀르키예 전투기가 알렉산드로우폴리항 영공을 침범했다고 비난했다. 이 항구는 튀르키예 국경에서 18km 거리다. 이 사건으로 튀르키예가 그리스 영토에 대한 소유권 주장을 할 것이라는 현지 주민들의 우려가 커졌다.

알렉산드로우폴리항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충돌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과 흑해 지역의 전략 구도를 흔들고 있는 또하나의 사례다.

일리안 바실리에프 전 주러 불가리아대사는 “흑해가 다시 국제적 관심사가 됐다. 흑해의 안보가 처음 러시아에 어떻게 대응하는냐는 문제의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정교회가 국교인 그리스와 러시아는 역사적, 경제적, 문화적 관계가 깊다. 여론조사에서 그리스인들은 러시아와 경제관계를 유지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국 관계가 크게 악화됐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한 것이 그리스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많은 주민들이 그리스를 수백년 동안 식민지로 통치한 오스만 제국의 후신 튀르키예가 그리스에 대해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언동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느낀다. 많은 그리스인들이 20세기 초 튀르키예의 학살을 피해 온 사람들의 후손이기도 해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에 공감한다.

알렉산드로우폴리의 작은 음식점 웨이터 디모스테니스 카라볼트소스는 “우리는 난민의 고통을 잘 안다. 우리가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 지는 분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중 하나다. 이때문에 러시아는 그리스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튀르키예에 대한 우려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감이 작용해 그리스 정부가 미국과 한층 더 밀착했고 덕분에 미국은 그리스 여러 곳에 군사기지를 만들 수 있었다.

알렉산드로우폴리항을 통한 미국의 군사물자 이동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커지면서 14배 증가했다. 국방부 표현대로 탱크와 탄약 등 3100 종의 무기가 통과했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보다 많아졌다.

미 당국자들은 이들 장비가 전적으로 동유럽과 북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으로 가며 우크라이나로 가는 것은 없다고 밝힌다.

이처럼 군사물자 이동이 증가하면서 지난 10년 가까이 거의 움직임이 없던 알렉산드로우폴리항이 크게 들썩이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 2019년 항구 출입을 방해하는 바지선을 인양했다.

한가하던 마을 분위기가 매달 미 전함들이 탱크, 트럭, 대포 등을 하역하면서 북적이고 있다. 수백명 미군 병사들이 도착할 때마다 계란과 담배 부족현상이 발생하고 문신가게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어졌다.

이처럼 활동이 크게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유모차를 끌고 부두 앞을 산책하는 부부, 주로 튀르키예인인 당일치기 여행객, 등대 앞에서 셀피를 찍는 모습 등 이 항구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라는 느낌은 거의 없다. 대형 크레인이 없기 때문에 민간 상선은 거의 오지 않는다. 현재 미 국방부가 대형화물 하역을 위해 크레인을 설치하는 중이다.

이 항구의 미군 물자 하역을 감독하는 안드레 카메론은 “우리가 이 항구를 역동적인 군사 작전 허브로 바꿔놓고 있다. 전에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현지 당국자들은 군사 부문 이외의 산업 투자가 이뤄지길 희망한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이곳을 무역 중심항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로우폴리항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러시아와 연계된 그리스 회사 2곳이 항구를 장악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그리스 출신 러시아인 부호이면서 러시아 의원이자 푸틴에 자문하는 외교관계위원회 일원인 이반 사비디스와 관계된 회사가 그중 하나다. 사비디스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는 푸틴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있으며 자신을 “그리스 출생, 러시아식 생활방식, 종교는 정교회”라는 문구가 올라 있다.

그리스에서 두번째로 큰 테살로니키항을 소유한 사비디스는 독점금지법에 저촉돼 불리한 입장이다.

그리스 대기업 코펠로우조스 그룹의 자회사가 다른 한 곳이다. 코펠로우조스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과 합작한 프로메테우스 가스사는 그리스 세번째 천연가스 공급사다. 2016년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을 운영하기도 했다.

코펠로우조스의 경쟁자는 코펠로우조스가 가즈프롬의 압력에 취약해 알렉산드로우폴리의 전략적 가치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알렉산드로우폴리 운영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미국 자산운영사 블랙서미트 파이낸셜 그룹의 소유자인 존 차랄람바키스는 “러시아로 인한 상황 악화 우려가 크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코펠로우조스와 러시아간 유착관계에 대해 일부 미 의원들도 우려한다. 코펠로우조스 그룹은 미공개회사로 재무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이 회사는 가즈프롬 합작회사는 그룹 비중이 작으며 건설과 부동산, 에너지 분야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이오아니스 아라포글로우 코펠로우조스 그룹 총괄은 “그룹은 전세계에서 사업하는 많은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프로메테우스 가스는 그중 하나일 뿐이며 비교적 작다”고 말했다.

그는 코펠로우조스 가문이 알렉산드로우폴리항 인근에 건설중인 액화천연가스 터미널에 투자한 건 미국으로부터 가스 수입을 늘려 발칸 지역의 러시아가스 의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차랄람바키스도 2018년부터 알렉산드로우폴리항에 관심을 가져왔다. 당시 그리스 주재 미대사인 조프리 파이어트가 이곳에서 미국이 러시아 및 중국과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 계기다.

지난 17일 로버트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장이 이곳을 깜짝 방문하면서 미국의 관심이 크다는 점이 부각됐다.

그리스는 2009년 시작된 재정위기 이래 국가 자산 매각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사비디스에게 테살로니키항을 팔았고 최대항구인 피라에우스항은 중국 국영회사에 팔았다.

지난 5월 임기를 마친 파이어트 대사는 알렉산드로우폴리항이 미국 기업들 소유가 돼야 한다고 자주 공개적으로 발언해왔다.

항구에 관심이 큰 또다른 미국 기업은 퀸타나 인프라스트럭처 앤드 디벨로프먼트사다.

코펠로우조스사의 관심이 미국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그리스 경제 현실이 변하는데 따른 것이다. 제재 속에서 위축되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큰 기대를 걸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지 당국자들과 기업인들은 기대가 크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긴장 덕분에 터키가 장악한 흑해 진입로를 우회하는 항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콘스탄티노스 차치콘스탄티노우 알렉산드로우폴리항 책임자는 “위기에는 기회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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