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강력한 긴축 정책’에 속도 조절론 고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8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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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강력한 긴축 정책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필요 수준보다 더 조일 우려가 있다.”

17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금리 인상 수준과 속도를 두고 연준 내 상반된 의견이 혼재함을 보여줬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 정례회의 3주 후에 의사록을 공개한다. 이날 공개한 의사록은 지난달 21일 두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을 결정한 회의 내용이다.

7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긴축적 통화정책는 유지하면서 미래 (금리) 인상폭은 경제지표 따라 판단한다는 데 동의했다. 참석자들은 “현 인플레이션 수준이 위원회 목표(2%)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향후 금리 인상폭은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6월 의사록에서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 억제를 위해 더욱 긴축 정책을 단행하겠다”면서 “다음 회의 때 0.5%포인트 및 0.7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강력하게 밝히며 가이던스(기준)를 제시한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연준은 7월 회의에서 두 가지 위험성을 우려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일반인이 FOMC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면 높은 물가상승률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이 위험이 현실화하면 2%로 물가상승률을 되돌리는 과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시장 기대를 뛰어넘어 더 빠르고 강하게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다른 참석자들은 “FOMC가 물가 안정을 위해 필요한 금리 인상 수준보다 더욱 올리는 위험도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책 효과 검증을 위해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들은 “통화정책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일정 시점에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금리를 적정 수준보다 너무 적게 올릴 때와 너무 많이 올릴 때의 위험성을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했다. 밥 밀러 블랙록 수석 포트폴리오매니저는 WSJ에 “의사록을 보면 연준 인사들은 역사적으로 높은 금리 인상 수준에서 한발 물러나 향후 인플레이션 데이터에만 의지해 상황을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시장은 연준이 9월 20, 21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보다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선물 거래로 연준 금리 인상폭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는 9월 0.5%포인트 인상 확률을 64.5%로 봤다. 지난달 FOMC 회의 이후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월의 9.1%에서 8.5%로 낮아진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연준이 시장 관측을 뛰어넘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 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너무 적은(too little) 긴축적 통화정책이 너무 과도한(too big) 정책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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