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감원 주장 CEO 해임… 전통차 기업 ‘미래 전환’ 진통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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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전기차 변신 이끌던 CEO
테슬라와 비교, 고비용-저효율 비판… “3만명 감원” 발언 등 노조와 갈등
전기차 SW 개발 차질 더해져 경질, 후임엔 블루메 포르셰 CEO 선임
美 포드도 최대 8000명 감원 검토… WSJ “무거운 전통차, 고민 깊어져”

폭스바겐그룹은 헤르베르트 디스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사임한다고 22일(현지 시간) 밝혔다. 형식은 사임이지만 경질에 가까운 해임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폭스바겐 내부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디스 CEO는 이사회 전날에야 해임될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폭스바겐, 포르셰, 아우디 등을 보유한 세계 2위 자동차그룹 CEO의 전격적인 해임은 전통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등 미래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여기에 폭스바겐 특유의 오너일가-노조-정부의 ‘삼두 경영’이 패러다임 전환기에 리더십 위기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임으로는 올리버 블루메 포르셰 CEO가 선임됐으며 전임자가 사임하는 9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 디스 CEO “3만 명 감원” 노조와 갈등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디스 CEO가 사실상 해임된 이유로 노조와의 갈등과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 문제가 꼽힌다.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의 감원 문제, 소프트웨어 기술 부재가 내부 갈등을 촉발시켰고 CEO 경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BMW 출신으로 2015년 폭스바겐에 합류한 디스 CEO는 전기차 부문에서 폭스바겐이 테슬라와 경쟁하기엔 너무 무겁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봤다. 그는 “테슬라가 10시간 걸릴 일을 폭스바겐은 30시간이 걸린다”며 비판해왔다.

디스 CEO는 지난해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환에 실패하면 3만 명을 감원해야 한다”고 발언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폭스바겐은 전 세계에 60만 명, 독일 내에 6만 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디스 CEO는 곧바로 “3만 명 감원 계획 같은 것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독일 기업에서 노조는 기업 인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경영진 선임 및 해임 권한이 있는 ‘감독이사회’ 이사 20명 중 10명을 노조가 차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특히 지분 20%를 보유한 니더작센주 정부가 사실상 노조를 지원해와 독일 내에서도 노조 영향력이 가장 큰 기업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다니엘라 카발로 폭스바겐 직장협의회 의장은 디스 CEO 해임 관련 이사회 직후 성명을 내고 “고용과 이윤 둘 다 똑같이 중요하다. 동료 누구도 내쳐서는 안 된다. 오늘의 결정은 이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감원을 둘러싼 논란이 디스 CEO 해임에 영향을 줬음을 시사한 것이다.

포르셰-피에히 오너 일가 등 주주들은 디스 CEO를 지원했지만 최근 폭스바겐 전기차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자 해임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노조, 정부, 오너 일가 등 3개 주체의 권력 불균형이 폭스바겐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전통 자동차 업체들 ‘테슬라 공포증’
폭스바겐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5%로 테슬라(13%)보다 우세한 상태다. 하지만 순수 전기차 공장 설립이 빨라야 2026년일 정도로 테슬라의 생산 능력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WSJ는 “실리콘밸리 자동차 기업은 훨씬 가볍고, 자금 투자도 많이 받고 있는 반면, 전통적 자동차 기업은 무겁고, 전기차 핵심 기술도 취약해 고민이 깊다”고 평가했다.

다른 전통차 업체도 변화의 물결 속에 고민이 깊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회사를 아예 전기차와 내연기관 사업부로 나눴고, 내연기관 사업부 중심으로 최대 8000명 감원을 검토 중이다. 제임스 팔리 포드 CEO는 감원을 통해 전기차 전환 투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혀 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폭스바겐#ceo 해임#헤르베르트 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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