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석유 수출제한’ 카드까지 만지작…물가잡기 사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7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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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는 것(inevitable)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폭등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쳐 사면초가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이 공포심 확산을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산 휘발유와 디젤유 수출 제한 방한까지 검토하는 등 고유가와 물가 급등세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미 경기 후퇴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AP통신 인터뷰에서 경제전문가들의 경기 침체 경고에 대해 “미국인은 그런 경고를 믿어선 안 된다”며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국민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며 “미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21세기 두 번째 25년(2026~2050년)을 지배할 위치에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경기 침체를 감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경제 후퇴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5월 신규 주택 착공은 전월 대비 14.4% 줄어 지난해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6월 제조업 활동지수는 -3.3으로 2020년 5월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실물경제 지표가 코로나19 팬데믹 때 수준으로 뒷걸음치고 있는 것.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미국인 금융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날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5.78%로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은 현재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상황을 보면 미국의 경기침체 발생 확률이 85%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 급등세를 잡기 위해 에너지 수출 제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가 미국에서 생산된 휘발유와 디젤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이달 말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원유 수송 유조선에 보험 가입을 금지한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등의 불’인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주도의 러시아 에너지 제재 고삐를 늦추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안에 중국산 소비재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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