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軍, 점령지 주민 600여명 고문… 가족살해 협박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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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남부 헤르손 병합 작업… 피해자 “뼈 부러지고 전기충격도”
우크라 “러 전쟁범죄 1만건 넘어”… 사례 수집 ‘사형집행인의 책’ 내기로
젤렌스키 “전쟁 교착, 선택지 아냐… 최종목표는 영토 완전 탈환하는 것”

러 집중포격에 망가진 우크라 들판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6일 공개한 위성사진.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 슬로뱐스크 북서쪽 들판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생긴 웅덩이들로 가득하다. 맥사 제공
러 집중포격에 망가진 우크라 들판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6일 공개한 위성사진.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 슬로뱐스크 북서쪽 들판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생긴 웅덩이들로 가득하다. 맥사 제공
점령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이 주민 약 600명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가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 전쟁범죄 1만여 건을 상세히 기록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 “신체 훼손에 전기고문까지”
미국 CNN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타밀라 타체바 우크라이나 대통령 직속 크림반도 상임대표는 7일(현지 시간) “헤르손 주민 약 600명이 지하 고문실에 감금돼 고문을 받아왔다. 주로 전쟁포로나 반(反)러시아-친우크라이나 시위 등을 조직한 언론인 사회운동가 등이 희생자”라고 밝혔다. 올 4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헤르손은 동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지난달 25일부터 러시아 시민권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러시아에 병합시키려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헤르손 지역 언론 기자 올레 바투린 씨는 영국 BBC에 “러시아군이 침공한 후 납치돼 8일간 갇혀 기관총으로 얼굴 등 온몸을 맞아 갈비뼈 4대가 부러졌다”며 “(다른 주민이) 고문 받거나 모의 처형 (형식의 고문을) 당하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주로 사람들 손발을 묶어 놓고 구타하거나 목에 줄을 매달고 끌고 다니는 식으로 고문을 자행했다. 심한 경우 신체 일부를 자르거나 성기나 복부를 인두로 지지기도 했으며 심지어 전기고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헤르손 지역 한 의사는 “사람 사타구니에 자동차 배터리와 연결된 전선 두 개를 부착하고 물에 젖은 천에 서게 한 뒤 전기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지하 고문실에 감금한 이들에게 “나머지 가족도 데려와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심리 고문도 가했다고 한다.

고문을 당한 600여 명 가운데 300여 명은 지금도 갇혀 있으며 나머지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비롯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갇혀 있다고 타체바 대표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러시아 전쟁범죄를 정리해 세계에 알리는 시스템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자행한 집단살인 강간 약탈을 비롯한 전쟁범죄를 수집, 정리하는 ‘사형집행인의 책(Book of Executioners)’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검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접수된 전쟁범죄는 1만2000건을 넘었다. 다음 주 전범 용의자 약 600명의 범죄 형태와 신상정보가 담긴 간행물 ‘사형집행인의 책’도 낼 계획이다.
○ 젤렌스키 “전쟁 교착은 선택지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교착 상태는 선택지가 아니다. 영토를 완전히 탈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을 2월 24일 침공 전 영역으로 내모는 것이 잠정적 승리”라며 “최종 목표는 영토를 모두 탈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에 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돔’ 지원을 요청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예우헨 코르니추크 주이스라엘 우크라이나대사는 6일 기자회견에서 “아이언돔을 비롯해 방어용 무기를 이스라엘에 요청했다”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듯 우리도 시민을 보호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경을 맞댄 시리아 문제로 러시아와의 갈등을 꺼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유지하는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을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러시아#주민 고문#가족살해 협박#헤르손#전쟁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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