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주니어’를 에워싼 엄마-아내-女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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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아들 필리핀 대선 승리
엄마 이멜다, 돌아온 사치의 여왕… 남편 때처럼 국정실세 노릇할듯
아내 리사, 美근무 변호사 출신… SCMP “남편보다 나라 운영 적임”
부통령 사라, 두테르테의 딸… 5년뒤 대선 직접 뛰어들 가능성

9일 치러진 필리핀 대선에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전 상원의원(65)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새 대통령의 주변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되는 ‘여성 3인방’이 주목받고 있다. 부통령 후보로 발탁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장녀 사라(44), 마르코스 주니어의 모친 이멜다(93), 변호사 출신 부인 리사(63)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11월 러닝메이트가 된 사라는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라는 현직 대통령인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있으며 본인 또한 남부 민다나오섬의 주요 도시인 다바오 시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1만여 개의 섬이 있는 필리핀에서 마르코스 일가의 정치적 기반은 수도 마닐라가 위치한 루손섬 북서부의 일로코스노르테다. 두테르테 가문은 민다나오에서 확실한 지지층을 보유해 보완이 가능하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사라가 5년 후 직접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남편의 재임 기간 중 사치와 권력욕으로 유명했던 이멜다는 1986년 ‘피플 파워’ 민주화 운동으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실각한 후 36년 만에 아들이 대통령궁에 다시 입성하는 것을 보게 됐다. 그는 당시 남편, 아들과 함께 하와이로 망명했고 남편 사망 후 귀국했다. 1995년 일로코스노르테에서 3선 하원의원을 지냈다. 그는 과거부터 “내 아들은 대통령이 될 운명”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남편의 집권기와 마찬가지로 국정 실세 노릇을 하며 마르코스 일가의 부패 이미지를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93년 마르코스 주니어와 결혼한 리사는 세 아들을 두고 있다. 한때 미 뉴욕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현지 법조계에서 신망이 두텁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한 정치평론가는 리사의 능력이 뛰어나다며 남편이 아닌 그가 사실상 나라를 운영할 적임자라고 평했다.

10일 필리핀 곳곳에서는 마르코스 일가의 재집권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독재자 마르코스와 두테르테의 2세들이 부패한 투표 체계를 활용해 부정 선거로 당선됐다”고 주장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독재자 주니어#마르코스 주니어#아들 필리핀 대선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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