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퇴각 러, 전략적 패배했나?…블링컨 vs 美언론 상반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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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4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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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시작 후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들을 표시한 지도. 붉은색 영역이 실제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이다. 반면 마리우폴의 경우 아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인해 아직 점령하지 못했다.(미국 전쟁 연구소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전쟁 시작 후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들을 표시한 지도. 붉은색 영역이 실제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이다. 반면 마리우폴의 경우 아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인해 아직 점령하지 못했다.(미국 전쟁 연구소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략적 패배(Strategic Defeat)’를 한 것일까.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전략적 패배’ 발언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지난주 러시아군이 철수했지만 그들이 계획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동요시켰다.

그러나 러시아 군이 철수한 키이우 인근 마을에서 발견된 수백구의 민간인 시신들이 끔찍하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과 추후 러시아군의 재편성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러시아에 패배라는 꼬리표를 붙이기에 아직 무리가 있어 보인다.

◇블링컨 “러, 3가지 목표 모두 달성 못해…‘전략적 패배’ 이미 경험”

블링컨 장관은 3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발 물러서서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면서 계획했던 전략들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며 “모든 상황을 종합할 때 러시아는 이미 ‘전략적 패배’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규정한데 대해 전쟁을 시작하면서 그들이 세운 3가지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블링컨 장관이 언급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얻고자 했던 3가지 목표는 Δ우크라이나 주권을 강탈해 점령하는 것 Δ러시아의 힘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것 Δ서방 국가들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분리하는 것 등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에도 저항을 이어나가며 그들의 주권을 지키고 있다”며 “러시아는 전쟁 이후 전력이 크게 약화되고 서방국가들의 제재로 경제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침공에 맞서 더욱 나토의 이름으로 단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키이우 인근 마을서 ‘민간인 학살’ 흔적…러군 병력 재편성 가능성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날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미 ‘전략적 패배’를 경험했다는 블링컨 장관의 주장에 전면 반박했다.

WSJ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인근에서 철수하는 것이 당초 전쟁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은 것은 사실이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것이 여전히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WSJ가 가장 먼저 언급한 근거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키이우 인근 마을에서 발견된 민간인 학살의 흔적이다.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은 지난 며칠간 키이우 일대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가 수습됐다고 밝혔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옥을 만든 짐승 같은 자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이는 기록돼야만 한다”며 현재 140구가 법의학 전문가들의 검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AFP통신 또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소식을 전하며 특히 키이우 인근 외곽도시 부차에서만 사망자 수가 280명을 넘는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전쟁범죄’라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한 대 맞은 듯한 큰 충격(a punch to the gut)을 받았다’고 했다.

WSJ는 러시아군의 만행은 군사력이 더 이상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들에게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대한 환상을 깨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만행을 저지른 러시아와 이란 핵협정 등 다른 사안에 대해 협력하거나 유엔이 인권이사회 회원국으로 러시아의 지위를 유지한다면 푸틴에게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게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러시아군 철수가 병력 재편성 시간을 벌기 위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철수 이후에도 마리우폴과 오데사 등 남부 지역과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WSJ는 이러한 근거들이 블링컨 장관의 ‘전략적 패배’ 발언에 대한 근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위협 계속될 것…미·서방, 우크라 지원 계속해야”

WSJ는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철수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목표는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가’ 아닌 러시아의 ‘명백한 패배’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가 수천명의 우크라이나인을 사살하고 전쟁 이전보다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방국가들의 제재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은 러시아지만 우크라이나 영토내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한다면 피해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푸틴 대통령과 휴전에 합의한다면 훗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나토 동맹국들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끔찍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나토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영토를 탈환하는데 필요한 무기를 지원을 비롯해 제재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될 경우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사건들보다 더 끔찍한 사건들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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