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 부양” 국민 21%만 동의

  • 동아일보

보건사회硏, 돌봄 인식 변화 조사
2007년 찬성 53%서 계속 감소
‘엄마가 자녀 돌봐야’ 반대 더 많아
“돌봄 책임, 가족서 사회로 옮겨가”

서울 강서구에 사는 50대 박모 씨는 최근 부모님 두 분 모두 치매 판정을 받게 돼 근심이 크다. 당장 치매 노인 두 사람을 돌볼 간병인을 구하는 것부터 막막하다. 박 씨는 “아직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았는데 외벌이로 부모님까지 모시는 게 쉽지 않다”며 “나처럼 이중 돌봄 부담이 있는 가정에는 정부 지원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 5명 중 1명만이 ‘자식이 부모를 부양할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전적으로 부담해 온 노부모 돌봄 책임을 정부나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 국민 21%만 “부모 부양 책임 자녀에게”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5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를 모실 책임이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은 20.63%에 그쳤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47.59%로 찬성 의견의 두 배가 넘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2∼6월 73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은 최근 20년 새 크게 달라졌다. 2007년 첫 조사에서는 52.6%가 자녀에게 부모 부양 책임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반대는 24.3%에 불과했다. 찬반 비율은 2013년 처음 역전된 뒤 매년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자녀 수는 줄고 부모 부양 기간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 부양은 개인의 책임 밖에 있는 문제이며,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돌봄에 대한 인식 변화는 자녀 양육에서도 드러났다. ‘자녀는 집에서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응답은 2007년 64.7%에서 지난해 33.83%로 크게 줄었다. 반대 의견이 34.12%로 찬성보다 많았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자녀 돌봄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 “돌봄 책임, 가족에서 사회로”

의료와 기초 보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도 강했다. 국가 건강보험을 축소하고 민간 의료보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70.5%가 반대했다. 유치원이나 보육시설 무상 제공도 72.68%가 찬성했다. 다만 대학 교육 무상 제공에 관해서는 ‘반대’가 42.13%로 찬성(30.25%)보다 많았다. ‘가난한 사람에게만 복지가 제공돼야 한다’는 의견에는 33.36%가 찬성하고 39.81%가 반대했다. 선별 복지보다는 보편 복지를 원하는 국민이 조금 더 많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와 자녀 수 감소 등 가족 구성 변화로 인해 돌봄 책임이 점차 가족에서 사회로 옮겨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동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형제자매 없이 한 부부가 양쪽 부모를 전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와 국가가 부양 책임을 연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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