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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국제

[Q&A]푸틴은 왜, 어떻게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를 원하나

입력 2022-04-01 12:23업데이트 2022-04-0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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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2.3.15/뉴스1
“가스 대금 루블화로 안 내면 공급 끊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비우호국가들은 당장 4월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지 않으면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시행령에 서명했고, 시행령은 즉각 발효됐다.

러시아 은행이 제재로 접근이 힘들기 때문에 국영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의 루블화 계좌를 이용하면 된다는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이번 시행령은 유럽과 미국 주도의 서방 제재로 러시아가 외환 보유액의 절반에 접근조차 막히면서 푸틴 대통령이 꺼내든 ‘반격카드’라고 볼 수 있다.

유럽은 사용 가스의 1/3를 러시아에 의존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공급이 끊기면 당장 대체재를 마련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은 결국 유럽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내놓은 제재를 스스로 위반하도록 내몰아 제재를 무력화할 심산이다.

푸틴 대통령이 요구한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가 질문과 답변식으로 정리한 것을 추려봤다.

1. 러시아는 왜 루블화 결제를 원하나?

결제 통화를 루블로 바꾼다고 해도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에 별 차이는 없다. 유럽이 유로로 지불하면 러시아는 제재로 인해 외환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막대한 외환을 확보해 수입물품을 사거나 외국에 이자도 지불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유럽이 루블로 대금을 결제하면 루블화를 지지할 수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ICIS에 따르면 유럽이 러시아 가스공급에 대해 매일 지불하는 금액은 3억5000만달러로 추정된다. 로이터의 추정금액은 2억~8억유로(최대 8억8000만달러)다.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유럽 기업들이 유로로 대금을 지불해도 러시아 수출 기업들은 정부 명령하에 모든 매출의 80%를 루블화로 바꿔야 한다. 유럽 수입업체들이 루블화로 대금을 결제하면 제재명단에 포함된 러시아 중앙은행과 연계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의 루블화 결제 요구는 다분히 정치적 노림수일 수 밖에 없다.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고안한 제재를 스스로 위반하게 만들어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라보방크의 바스 반 게펜 수석거시전략가는 FT에 “우크라이나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고 답례로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에 대한 결제를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확정했다”며 “루블화 결제는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루블화 결제 요구는 서방이 스스로 만든 제재를 회피하거나 아니면 러시아산 가스 공급을 완전히 끝내야 하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리고 러시아에 불리한 것만 같았던 상황은 이제 갑자기 역전됐다. FT는 ‘갑자기 러시아의 입김이 더 세졌다(more leverage)’며 ‘러시아 중앙은행에 가했던 제재는 에너지 공급에서 예외라는 조항을 뒀고 러시아는 이러한 제재의 구멍을 활용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가스대금의 루블화 결제에 대해 러시아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 소재 BCS의 론 스미스 수석 원유가스 분석가는 루블화 결제 요구에 대해 “상업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라며 “러시아 중앙은행에 가해진 제약에 따른 불편함을 유럽 기업에 고스란히 되돌려 주고 제재를 부분적으로 전복시키기 위해 설계된 것 같다”고 말했다.

2. 글로벌 무역에서 달러와 유로를 저해할 것인가?

러시아를 포함해 전세계 각국이 중앙은행 혹은 국부펀드를 통해 수 십억 달러를 보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달러가 글로벌 무역과 금융시장에서 ‘기축 통화’(default currency)이기 때문이다. 영어 default는 채무상환 불이행, 다시 말해서 갚을 돈이 없다는 의미로 모든 수의 기준이 되는 영(zero, 0)이 연상되는 단어다. 따라서 기축통화는 세계 각국 통화 중에서 기준이 되는 돈을 의미한다. 그리고 모든 위기 속에서 각국은 자국 통화를 지지하거나 채무를 상환해야 할 때 달러, 유로 등 기축 통화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주 골드만삭스는 “세계 원자재 거래에서 구조적 변화로 인해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을 보유하는 것을 점점 더 꺼리면 달러 가치 절하(depreciation) 혹은 달러 약세를 막거나 늦추기 위한 실질 금리의 인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또 다른 기축통화인 유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FT는 예상했다.

러시아는 달러와 유로의 금융시스템에서 자국 자산을 동결한 서방의 제재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미국 혹은 유럽연합(EU)에 적대적이거나 비우호적인 국가들은 러시아를 따라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지정학적으로 좀 더 같은 선상에 있는 국가들의 통화를 불황에 대비한 자금에 더 담고 싶어질 수 있다고 FT는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금융제재를 더 많이 사용할 수록 제3국들이 달러 중심 교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이 더 강해져 이를 상쇄하고 다각화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 언제, 어떻게 루블화 결제가 이뤄질 수 있나?

푸틴 대통령이 공포한 새로운 시행령에서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러시아에 적대적으로 규정된 국가에 속한 수입 업체들은 가즈프롬뱅크에 외국 통화와 루블화로 계좌를 모두 개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즈프롬뱅크는 러시아 국영가스공사 가즈프롬의 은행으로 영국은 제재대상에 포함했지만 미국과 EU 제재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시행령에서 러시아 중앙은행, 세관, 각국 정부기관이 새로운 시스템을 10일 안에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조치는 가스 이외에 원유, 금속, 비료 등 다른 원자재 결제 방식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유럽은 납부기한이 5월인 대부분 4월 인도분 가스물량에 대해서 일단 유로로 한 달 더 내는 것이 안전하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했다.

© News1
4. 계약은 어떻게 되고 가스 수입국들은 어떤 반응인가?

물론 유럽 국가들은 반발한다. 대부분 유로와 달러로 청구되는 공급 계약은 “원래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밝혔다. 결국 독일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을 대비중이라고 봐야 한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업계에 전기가 제한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정 시간 단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가즈프롬은 3년 마다 가스 공급계약의 조건을 변경하기 위해 재협상을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기존의 계약건에 대해 새로운 통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FT는 지적했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문제는 스톡홀름 중재재판소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가즈프롬의 공급 계약 건수는 수 십개에 달하고 조건 변경은 오랜 과정이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5. 러시아가 진짜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할까?

가스 공급중단은 가즈프롬과 가즈프롬을 소유한 러시아 정부의 수입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가즈프롬은 큰 운영상 어려움 없이 거의 즉각적으로 유럽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 BCS의 스미스 분석가는 “유정(oilfield)과 달리 가스전은 상대적으로 차단하기 쉽고 시설 피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부 가스가 중앙아시아 혹은 터키와 같은 지역으로 우회적으로 갈 수 있지만 러시아는 아마 대부분 가스 생산을 저장시설에 담아 둘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예상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스수출을 중단해 저장시설이 생산된 가스로 가득 차게 되면 가스생산은 중단되어야 한다. 다른 시장으로 파이프라인의 송유 방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최대 동맹 중국으로 가스를 수출할 길은 현재로서는 없다. 가즈프롬이 유럽에 보내는 가스는 주로 시베리아 서쪽에서 생산하는데 서시베리아와 중국를 연결하는 가스관은 아직 건설되지 않았다. 몽골을 통해 중국으로 연결될 파이프라인이 완공되려면 3~4년은 걸릴 것이라고 스미스 분석가는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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