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아버지를, 지금은 남편도 잃었다”…우크라 여성의 통곡

  • 뉴스1
  • 입력 2022년 3월 9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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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남편을 국경에 남기고 떠나야 했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가족들 그리고 강아지 세마리와 함께 황급하게 피난 간 알리사(35)가 도망치던 때를 회상하며 자신의 심경을 언론에 털어놓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알리사가 피난하기까지의 과정과 감정적인 어려움을 상세히 보도했다.

알리사는 전쟁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23일 59세의 아버지를 갑작스럽게 여의었다. 많은 이들이 키이우(키예프)를 떠나는 와중에도 알리사와 그의 남편은 장례를 치렀다.

그러나 사이렌이 사방에서 울리고 탱크가 도시를 점령하면서는 서류 작업이 모두 멈춰, 아버지를 화장할 수 없었다.

알리사는 결국 아버지를 뒤로한 채 폴란드로 떠날 채비를 했다. 알리사는 독일 회사에서 일한 덕에 폴란드로 떠날 수 있었다.

작은 승용차 안에 사람 여섯에 큰 개 세 마리까지 타고 이동해야 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키이우로부터 16시간을 달려 갔지만, 폴란드 국경에 가까워지자 차가 많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국경까지 17㎞를 영하 7도의 날씨를 견디며 온 가족이 걸어갔다. 아이들은 추위에 울고 12살인 노견은 킬로미터마다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모두가 노견을 놓아주라 했지만, 알리사에게는 노견이 엄마와의 마지막 연결고리이자 추억이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국경에 어렵사리 도착하자 빨간 천막에서 7시간 정도를 대기했다. 이후 폴란드에 첫발을 내디뎠고, 출입증을 받았다. 그때 알리사는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함께 국경을 건너지 못했다. 그의 나이와 동원령 때문이다. 결국 남편은 자신의 엄마와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마을로 돌아갔다.

알리사는 지금도 폴란드에서 TV뉴스를 볼 때마다 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것은 힘들었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잃었지만 지금은 남편을 잃었다”며 “모든 삶이 키이우에 남아있다”고 애통함을 표했다.

이어 “아버지는 아직 키이우의 영안실에 계신다”며 “내가 우크라이나로 돌아갔을 때도 아버지가 계속 계시면 좋겠다. 그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장례식을 치러드릴 것”이라고 희망을 품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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