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민간인 사망 보도땐 징역 최고 15년”…국제비난 직면에 언론 탄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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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VOA-英 BBC 등 접속 차단…러시아內 페북-트위터 접속 제한
‘침공보도’ 독립언론 송출도 금지…“옛 소련식 공포의 감시사회 복귀”
푸틴, 자국서 전쟁 정당성 확보 의도…“소련처럼 언론 통제 성공 못할것”

우크라이나軍, 저공비행 러 공격헬기 격추 5일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러시아 공격헬기 격추 장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약 41km 떨어진 코자로비치 지역에서 초저공으로 비행 중이던 러시아 Mi-24 공격헬기에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대공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다(위쪽 사진). 미사일은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스팅어’로 추정된다. 이어 헬기에 미사일이 명중하면서 불꽃이 터진다(가운데 사진). 격추된 헬기가 지상으로 추락한 뒤 화염과 검은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軍, 저공비행 러 공격헬기 격추 5일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러시아 공격헬기 격추 장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약 41km 떨어진 코자로비치 지역에서 초저공으로 비행 중이던 러시아 Mi-24 공격헬기에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대공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다(위쪽 사진). 미사일은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스팅어’로 추정된다. 이어 헬기에 미사일이 명중하면서 불꽃이 터진다(가운데 사진). 격추된 헬기가 지상으로 추락한 뒤 화염과 검은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캡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서방 언론의 보도를 ‘허위 정보’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서구 소셜미디어의 접속 또한 강제 차단했다. 이 여파로 미 CNN, 영국 BBC 등 서방 주요 언론 또한 줄줄이 러시아에서의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국경 없는 기자회’가 선정한 각국 언론 자유 순위에서 세계 180개국 중 150번째에 그쳤던 러시아의 언론 자유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더 악화돼 옛 소련 시절에 맞먹는 공포의 ‘감시사회’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민간인 사망 보도하면 최고 징역 15년형
러시아 의회는 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 군사작전’이 아닌 ‘전쟁’으로 규정하거나 러시아군의 작전 차질 및 이로 인한 민간인 죽음을 보도하는 언론인에게 최소 3년,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러시아 내 서방 및 독립 언론의 보도를 모두 ‘허위정보 유포’로 간주하고 보도 활동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유럽방송(RFE), 영국 BBC,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 서구 주요 언론의 자국 내 접속을 차단했다.

이 여파로 서구 주요 언론 또한 줄줄이 러시아를 떠나기로 했다.

미 블룸버그뉴스는 4일 “러시아에서의 보도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며 기자를 범죄자로 만든 법 때문에 정상적인 저널리즘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미 CNN 역시 “러시아에서 보도를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미 CBS와 ABC, BBC, 캐나다 CBC 등도 러시아에서의 보도 활동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기자 개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모스크바 특파원들이 작성한 일부 기사에 대해 작성자의 이름을 가리기로 했다. 스페인 EFE통신 역시 1970년 모스크바 지국 개설 이후 52년 만에 러시아에서의 보도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 소셜미디어·독립 언론 탄압도 본격화
소셜미디어 탄압 또한 본격화했다. 러시아의 미디어 감독당국인 로스콤나드조르 또한 이날 “페이스북이 러시아투데이(RT) 등 러시아 국영 매체의 접근을 제한하는 등 26차례의 차별 사례가 있었다”며 자국 내 페이스북 접속을 제한했다. 트위터에 대해서도 역시 접속을 제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집권 후 내내 탄압을 받았던 독립 언론은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당국은 이미 이번 사태를 ‘침공’ ‘전쟁’ 등으로 표현한 독립 방송 ‘도즈디TV’, ‘에호 모스크비’ 등의 송출을 금지했다. 도즈디TV의 편집장과 가족은 신변 위협을 우려해 아예 러시아를 떠났다. 푸틴 정권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한 수많은 언론인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러시아의 이런 모습은 우크라이나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센 상황에서 국내에서만이라도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180개국 중 150번째에 이를 정도로 원래부터 열악했지만 이런 초강경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을 만큼 푸틴 정권이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전 세계적인 비난에 처한 러시아가 정보전쟁 차원의 반격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소련 시절의 언론 통제와 비슷한 이번 조치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니얼 호프먼 전 미 중앙정보국(CIA) 모스크바 지부장은 폭스뉴스에 “소련 당국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처럼 사람들의 눈과 귀를 통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 통제에도 러시아인들이 제대로 된 뉴스를 접할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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