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돈바스 내 친러 공화국 독립 승인… 우크라 침공 현실화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2일 0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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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0)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러시아가 이들 공화국을 하나의 독립된 정부로 지지한 후 이를 명분삼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공화국의 독립을 반대하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과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푸틴, 돈바스 내 친러 공화국 독립 승인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소집한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 후 LPR과 DPR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법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령은 대통령령으로, 러시아 정부와 두 공화국 간 상호협력과 각종 지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독립 승인 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법령 서명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소집한 국가안보회의 모두 발언에서 “DPR과 LPR 독립 승인 요청 검토를 토대로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분쟁에 대해 대응 및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민스크 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 동료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다음 행보를 결정해야 한다”고 이날 내로 독립 승인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나아가 “두 공화국의 독립승인은 유럽 나아가 국제 안보와 밀접히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안보회의 부의장도 이날 “돈바스에는 약 80만 명의 러시아 국적자가 산다”며 “돈바스 내 두 공화국 상황을 볼 때 독립을 승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 의장도 이날 푸틴에게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 또한 15일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할 것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표결로 통과시킨 후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두 공화국 수장들도 21일 푸틴 대통령에게 공화국들의 독립 승인을 요청했다. 레오니트 파세치니크 LPR 수장, 데니스 푸쉴린 DPR 수장은 러시아 국영 TV 등을 통해 “우리의 주권과 독립을 승인해줄 것을 푸틴에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 유럽연합(EU) “제재 나설 것”, 프랑스, 안보회의 소집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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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날 즉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럽연합(EU)도 “돈바스 내 두 공화국의 독립 승인을 반대한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승인에 따라 러시아를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분명히 국제법 위반이며 우크라이나 주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돈바스 지역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현재까지 친러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당시 돈바스 도네츠크, 루간스크 지역 내 친러 분리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되자 ‘우리도 독립하겠다’며 두 공화국 건립을 선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두 공화국의 친러 반군 간 교전을 계속되면서 독일과 프랑스의 중재로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평화 협정인 ‘민스크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교전이 지속돼 8년 간 약 1만5000여명이 사망했다. 그간 국제사회 뿐 만 아니라 러시아도 두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다.

20일 밤(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 자들이 장악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주민들이 볼고그라드 지역 임시 거주지로 피신하기 위해 기차역으로 가고 있다. 볼고그라드=AP
20일 밤(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 자들이 장악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주민들이 볼고그라드 지역 임시 거주지로 피신하기 위해 기차역으로 가고 있다. 볼고그라드=AP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돈바스 지역에서는 17일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연일 격화 중이다. 두 공화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으로 민간인들이 사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이 21일 공식적으로 두 공화국의 분리 독립을 인정하면서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에 새로운 뇌관이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이 지역의 독립을 명분삼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하려는 작전을 시행할 수 있는 탓이다. 러시아가 독립을 승인하면서 이들 공화국 내 친러 반군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게 됐다. 군대를 파견할 명분도 생긴다,

일간 르몽드는 “이날 푸틴의 선언으로 러시아와 서방 간 외교적 해결보다 무력 충돌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5일 러시아 하원의 결의안 채택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루 뒤인 16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돈바스를 방문해 독립 반대를 표명했다. 미국은 역시 돈바스 내 두 공화국 독립은 우크라이나 헌법,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대해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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