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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대체불가토큰(NFT), 일상을 넘보다[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입력 2022-02-19 12:14업데이트 2022-02-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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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인스타그램, 나이키·월마트까지 뛰어들어, ‘NTF 대중화’ 신호탄
올해 시장 350억 달러(약 42조 원)로 껑충, 커지는 ‘거품 논란’
메타버스 시대, NFT 역할 주목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유명 가수 저스틴 비버의 트위터 NFT(인비트위너스·inBetweeners) 프로필 사진. 출처 트위터
대체불가토큰(NFT)은 유행인가, 세상을 뒤바꿀 혁신인가의 논쟁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NFT 거래를 ‘투기’로 보는 시각과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경제의 핵심 축으로 보는 의견이 공존한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시각이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지난해 말 열린 NFT 관련 콘퍼런스를 두고 “예술가와 해커, 이상주의자, 굶주린 투기꾼들이 미래를 엿보기 위해 모였다”고 표현했다.

각국의 주요 기업들은 속속 NFT를 도입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기업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위터는 이용자들이 NFT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쓰도록 허용했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사용자들이 NFT를 만들고 전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전통 유통기업들도 가세했다. 미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지난달 가상화폐와 NFT를 활용한 메타버스 사업을 위해 미국 특허청에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전자제품과 장난감 등을 가상 제품으로 만들고 메타버스에서 판매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가상화폐와 NFT에 대한 상표도 함께 신청했다. 월마트가 가상화폐와 NFT를 직접 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나이키는 지난해 11월 가상 세계에서 활용하는 신발과 의류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지난달에는 디지털 운동화 회사, 아티팩트(RTFKT)까지 인수했다. 나이키는 아티팩트의 기술력을 활용해 가상 운동화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키는 글로벌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에 자체 가상 세계인 ‘나이키랜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와 아디다스도 지난해 말 자체 상품의 NFT를 시장에 내놓는 등 NFT 시장에서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 NFT, 대체 뭐길래…
NFT는 디지털로 된 상품과 작품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디지털 원작의 소유권이 삭제되지 않도록 ‘블록’에 기록하고, 작품의 이력이나 소유주를 알 수 있게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종의 ‘온라인 등기권리증’으로 보면 된다. 비트코인은 다른 비트코인과 1대 1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NFT는 토큰마다 별도의 인식 값이 부여돼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체불가토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같은 유니폼이라도 축구선수 메시가 착용한 것과, 다른 선수가 입었던 유니폼의 가치가 다른 것과 같은 개념이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과 복사본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런데 NFT로 원본 제작자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2017년 나온 게임, ‘크립토키티’가 NFT의 원조로 불린다. 이 게임에선 가상의 고양이를 기르고 NFT로 사고판다.

이후 시장은 게임과 그림 등 온라인 작품으로 확산됐다. 디지털 화가 ‘비플’이 5000일간 매일 만든 작품을 모아 놓은 NFT 창작물이 경매에서 6930만 달러(약 830억 원)에 팔렸다. 15년 전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작성한 첫 트윗은 290만 달러(약 35억 원)에 낙찰됐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트윗. 출처 트위터

비플의 NFT 작품 '매일 첫 500일'. AP 뉴시스
NFT 열풍은 전통적으로 ‘팬심’이 두터운 스포츠 업계로도 번졌다. 선수들의 사진이나 사인이 그려진 종이카드, 활약 장면이 담긴 동영상 등이 NFT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프로농구(NBA), 메이저리그(MLB) 등 프로스포츠가 발전한 미국에서는 트레이딩 카드(선수 얼굴이나 결정적 장면이 새겨진 수집용 카드)를 모으는 것이 인기다. NFT가 활성화되면서 이 열기가 온라인으로 번졌다. NBA 선수들의 콘텐츠를 NFT 카드로 발행하고 판매하는 ‘NBA탑샷’에서 LA레이커스의 간판스타인 르브론 제임스의 카드는 21만 달러(약 2억5000만 원)에 팔렸다.

글로벌 NFT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와 제퍼리 투자은행에 따르면 2019년 240만 달러(약 28억8000만)였던 NFT 시장 규모는 올해 350억 달러(약 42조 원)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은 2025년 800억 달러(약 96조 원)까지 시장이 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 혁신인가, 거품인가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거품이 끼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의미가 없는 NFT에도 돈이 몰리는 등 투기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판매자가 구매자로 나서서 자신의 상품을 비싼 값에 사들이는 ‘자전거래’ 의심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NFT 컬렉션 크립토펑크의 9998번째 작품이 5억3200만 달러(약 6200억 원)에 판매됐지만, 자전거래로 드러나 정식 거래로 인정받지 못했다.

최근 한 NFT 거래 플랫폼 업체의 대표는 불법 거래 우려에 문을 닫기까지 했다. 잭 도시의 첫 트윗 NFT가 거래 된 경매 플랫폼 ‘센트(cent)’의 공동 창업자, 카메론 헤자지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남의 콘텐츠를 팔고 있다”며 이달 6일 거래를 중단시켰다. 그는 “사기, 위조, 위장 거래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의 NFT 시장에 대해 “돈을 쫓는 돈이 몰리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팝아트의 거장인 데이비드 호크니도 디지털 NFT 작품 거래에 대해 “국제적인 사기꾼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불안 심리는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까지 등장시켰다. 온라인에선 “디지털 작품은 그림판에서 복사해 가질 수 있는데, 원본을 가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구심이다.

● ‘메타버스 경제’와 NFT
NFT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 역시 굳건하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가 확장되고, 일상 공간과 가상 세계의 경계가 흐릿해지면 NFT가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생성된 각종 저작물의 소유권을 주고받는 일이 앞으로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빠르게 포착한 곳이 국내 게임 업계다. 돈을 써서 유료 아이템을 사야 이길 수 있는 ‘페이투윈(Pay to Win)’ 비즈니스 모델이 반발을 사자, 게임사들은 ‘NFT 플랫폼’을 꺼내들었다. ‘비트코인 채굴’처럼 게임을 할수록 이용자가 돈을 벌고, NFT로 아이템과 캐릭터(계정) 등을 사고 팔 수 있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다른 게임의 이용자끼리도 국가의 벽을 넘어 게임 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의 ‘신(新) 경제’가 형성되는 셈.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는 디지털 작품처럼 온라인에서 복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이용자들 간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게임과 NFT, 블록체인 사업모델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위메이드의 NFT 게임 ‘미르4’. 출처 위메이드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게임업계의 NFT 도입이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이용자들은 돈을 쓰고 노력을 들여 아이템을 모으고, 캐릭터를 발전시켜도 해당 지적재산권(IP)은 엄밀히 말해 게임사의 보유였다. 사업자가 게임을 중지시켜도 이용자가 항의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이다. NFT가 활성화되면 이용자가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앞으로 메타버스 시대에서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노력이 투입된 것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큰데, NFT가 ‘메타버스 경제’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메타버스가 일상화되면 디지털 세상에서 소유권을 증명하는 방식이 중요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NFT의 ‘소유권 증명’이 금융 혁신을 꾀한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미디어 회사인 테크크런치의 설립자 마이클 애링턴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동의를 얻어 키예프의 아파트를 NFT로 판매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중개인 없이 거래를 성사시킨 것이다.

● ‘찐 NFT’ 감별하기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 현재 시점에서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먼저 NFT가 블록체인을 근간으로 하는 만큼, 배경 기술에 대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블록체인은 크게 분산된 서버에 기록하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나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퍼블릭 블록체인의 대표적인 예다.

대부분의 NFT는 ‘ERC-721’이라는 이더리움 표준안을 사용한다. NFT에 다른 독자적인 블록체인 기술을 쓸 수 있지만, 분산된 곳에 기록을 남기느냐를 살펴봐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블록체인 회사 대표는 “회사 판단에 따라 속도가 빠른 프라이빗(블록체인)을 쓸 수 있지만, 그렇다면 블록체인을 써야하는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자체 서버로도 충분히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투자를 받기 위해 이름만 블록체인을 가져온 것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분산된 서버에 정보를 저장하고, 이용자들에게 투명하게 이를 공개해 신뢰를 쌓는 장점이 있다”며 “서버 전체가 한 순간에 마비되기 어렵고, 회사가 임의대로 조작하지 못하는 특징도 있다”고 설명했다.

NFT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킬러 콘텐츠’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핵심은 콘텐츠”라며 “본질적으로 게임은 재밌어야 하고, 콘텐츠가 인기와 희소가치를 지녀야 NFT 활용 가능성도 생긴다”고 평가했다. 성공한 플랫폼 기업들처럼, 이용자가 몰릴수록 더 많은 효용이 생기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지도 챙겨볼 필요가 있다. 뛰어난 인플루언서들이 모이면서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한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뒷받침하는 유저들의 커뮤니티, 팬덤 등도 성공을 이끌 요소로 꼽힌다.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 있고, 팬층이 두꺼울수록 NFT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는 “비즈니스 모델도 중요한데, 아티스트와 팬을 얼마나 단단하게 연결해주는지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고 했다.

스톡엑스의 나이키 NFT 판매(출처 StockX 홈페이지)
다만, 현재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와 법적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과제가 남아있다. NFT는 복제, 도난의 위험은 낮지만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원작자 등 권한이 있는 사람이 만들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이키는 리셀(재판매) 플랫폼 ‘스톡엑스’가 나이키 NFT를 자사의 허가받지 않고 판매했다며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자사의 ‘버킨백’ 상품과 유사한 모양의 ‘가상 버킨백’을 판매한 디지털 아티스트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결국, 각종 사기를 막을 수 있는 방지책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감독기관의 등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한 인터뷰에서 NFT에 대해 “흥미롭지만 주류로 사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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