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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워런 버핏은 ‘오버워치(블리자드 게임)’를 해봤을까 [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입력 2022-02-26 13:00업데이트 2022-02-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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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新) 비즈니스 가이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2022년 첫 ‘빅딜’은 반도체가 아닌 게임에서 등장했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 게임 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했다. 게임기업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스타크래프트’로 잘 알려진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캔디크러쉬사가 등 ‘어벤져스급’ 게임 지식재산(IP)들을 보유하고 있다. 블리자드의 연 매출은 88억300만 달러(10조5400억 원)에 달한다. 직원은 전 세계에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곧이어 경쟁사인 일본의 소니도 게임 개발업체 ‘번지’의 인수 소식을 전했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소니는 번지를 36억 달러(약 4조3000억 원)에 사들였다. 콘솔게임 강자인 소니는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 연 매출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니는 2020년 콘솔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앞세워 250억 달러(약 29조80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글로벌 기업들이 연초부터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게임 업계의 경쟁이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워런 버핏·마이크로소프트가 선택한 ‘블리자드’
이번 M&A에서 단연 주목받은 인물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2)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10~12월) 블리자드 주식 1466만여 주(약 1조1667억 원)를 샀다고 최근 공시했다. 업계는 한 주당 약 66.50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MS의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블리자드의 주식은 최고 86.90달러까지 치솟았다. 3개월 만에 2000억 원 이상의 차익을 거둔 것이다.

그는 종목을 고르는데 굉장히 신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한 회사에 대한 애정도 종종 내비친다. 버핏은 1988년 1주당 가격이 2달러였을 때부터 코카콜라(현재 60달러대)에 투자했다. 그는 “내가 먹는 것의 4분의 1 이상이 코카콜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버핏은 애플 주식도 가지고 있는데, CNBC 등에 따르면 2020년 휴대전화도 2만 원짜리 삼성전자 구형 폴더플폰에서 아이폰11로 갈아탔다. 이 때문에 블리자드 투자 소식이 나온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버핏이 ‘오버워치’나 ‘캔디크러쉬사가’도 해봤을까”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까지 나왔다.


코카콜라 마시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트위터
●‘92세 버핏’의 게임사 투자
그렇다면 버핏과 MS는 왜 블리자드를 선택했을까. 사실 버크셔해서웨이가 왜 블리자드에 투자했는지는 해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대부분 ‘환상적인 매수 타이밍’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블리자드는 직장 내 성폭력, 여성 임금 차별 의혹 등으로 정부의 조사를 받으면서 지난해 주가가 57달러대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버크셔해서웨이는 블리자드가 MS로 인수되기 이전인 지난해 말에 블리자드의 주식을 사들였다. 절묘하긴 했다.

물론 버핏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리자드의 투자를 테드 웨슐러와 토드 콤스가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핏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이들이 주도해 샀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과거에도 버핏이 애플에 투자하도록 설득했고, 이는 버크셔해서웨이 역사상 3번째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성공적인 투자가 됐다.

이유야 어떻든 버크셔해서웨이의 블리자드 투자는 주목할만하다. 투자할 회사를 신중히 고르고, 한 번 투자하면 오래 가져가는 회사의 ‘투자 철학’ 때문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AP 뉴시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넷플릭스’ 전략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한 이유는 이에 비해 명확한 편이다. 블리자드는 MS의 구독형 클라우드 서비스인 ‘게임패스’에 ‘필살기’가 될 수 있다. 게임패스는 월 7900원 정도를 내면 회사가 등록한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구독 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단연 ‘콘텐츠’다.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거나 기존 이용자가 구독을 끊지 않으려면 재밌는 게임이 계속 공급돼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넷플릭스는 인기 콘텐츠를 다 보고 ‘이제 (구독을) 끊어야지’ 할 무렵에 또 다른 작품을 추가한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블리자드의 게임 콘텐츠 창출 역량은 ‘끝판왕’에 가깝다. 한국에서 블리자드는 몰라도 ‘스타크래프트’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1998년 3월말 소개된 이 게임은 당시 4조7000억 원 이상의 경제 유발 효과를 일으키며 ‘스타크노믹스’라는 단어까지 만들어냈다. 국내에 수많은 ‘PC방’이 생겨난 것도 이때부터다.

이외에도 블리자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캔디크러쉬사가 등 다수의 인기 게임들을 보유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2008년 콘솔 게임을 개발하던 액티비전과 합병했고, 2015년에는 캔디크러쉬사가로 알려진 킹을 인수해 콘솔·모바일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MS의 블리자드 인수에 대해 “고객이 서비스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록인(lock-in)’ 전략을 최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재 게임패스의 구독자 수는 2500만 명 수준이다.

MS의 구독형 클라우드 게임, ‘게임패스’. 엑스박스 홈페이지

MS의 구독형 클라우드 게임, ‘게임패스’. 엑스박스 홈페이지

●블리자드 인수는 수년 전 계획됐다?
게임 산업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MS(엑스박스)와 소니(플레이스테이션)는 콘솔 게임 강자다. 하드웨어(콘솔 기기)로 차별화 전략을 유지해왔다. 이용자들은 CD나 디지털 다운로드 등으로 콘솔에서 콘텐츠를 즐겼다. 그런데 게임사들이 전망 있게 보는 클라우드 게임은 스트리밍 방식을 택한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콘솔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에서는 기기에서 차별성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에 콘텐츠에서 경쟁력을 보여야 생존할 수 있다.

여기서 MS의 강점이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개념이야 쉽지만 클라우드 게임을 실현하는 데에는 기술 뒷받침이 필요하다. TV에서 영화를 보다가 스마트폰으로 이어서 진행시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훨씬 더 빠른 연결 속도가 필요하다. (게임 캐릭터의)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MS는 2017년 테스트를 시작해 이 문제를 차차 해결해왔다. 기술이 준비된 다음에 게임 개발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클라우드 사업과 게임패스라는 비즈니스 모델, 블리자드의 콘텐츠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비전은 콘텐츠와 커머스가 자유롭게 흐르는 엔터테인먼트의 강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시대 선점하기
물론 메타버스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미 MS는 자사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로 앞으로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를 어느 정도 맛봤다고 볼 수 있다. 역대 비디오게임 판매량 1위인 마인크래프트는 샌드박스형 게임(놀이터처럼 이용자의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다. 게임에서 유저들은 가상화폐로 물건을 구매하고, 사람을 사귀며 콘서트에 참석하기도 한다. 메타버스 시대의 ‘맛보기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델라 MS CEO는 지난해 6월 한 행사에서 “게임이 메타버스로 진화해가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기도 많다. 세계 1억2600만 명이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하는데, 특히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초통령 게임’으로 불린다.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해외에서도 MS의 메타버스 사업 전망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WSJ은 “마이크로소프트는 ‘메타(페이스북 회사명)’가 ‘버스(Verse·세계)’를 점령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달 보도했다. 매체는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부터 가상회의 플랫폼, 게임, 소셜미디어(링크드인)까지 구현할 수 있다”며 “MS의 메타버스 잠재력은 게임을 뛰어 넘는다”고 평가했다.

MS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접점 역할을 하는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전담 부서를 두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융합한 혼합현실(MR)을 수년 전부터 개발 중이다. 미국 투자기관 번스타인의 수석 애널리스트 마크 모어들러는 “MS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가장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기능을 구축해 왔다”고 했다.


●게임 산업의 질주
일각에서는 MS가 80조 원을 넘는 ‘총알’을 쏟아 부으면서까지 블리자드를 사들이는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도 내비친다. 차라리 아마존처럼 영화, 드라마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무섭다. 게임 전문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뉴주는 지난해 전 세계 게임 이용자 수를 30억 명으로 추산했다. 전 세계 인구(78억7500만명)의 38%가 게임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15년 전만 해도 해당 수치는 2억 명에 불과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추어는 게임이 지난해 한 해 창출해낸 직·간접적인 경제적 가치를 3000억 달러(약 360조6900억 원)로 집계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게임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MS도 재미를 봤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MS는 게임 분야 매출이 처음으로 50억 달러(약 6조 원)를 돌파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요 게임들. 마이크로소프트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의 확대
‘게임’ 자체가 중요해진 것도 있다. 검색엔진이나 소셜미디어, 이커머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온힘을 기울인다. 고객이 PC와 스마트폰에서 머무는 한정된 시간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것이다. 회사들이 ‘록인’ 전략에 애를 쓰는 이유도 최대한 자사 서비스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만들기 위해서다. 결제는 그 다음 문제다.

피터 드러커, 토머스 프리드먼 등과 함께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로 불리는 토머스 데이븐포트 미국 뱁슨대 석좌교수는 이를 ‘관심 경제’라고 불렀다. 디지털 콘텐츠는 넘쳐나는데, 이에 비해 ‘관심’은 희소해지고 가치가 더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에서는 게임처럼 사람들이 좋아하고, 관심 갖는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갖추면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관심을 기울인다’는 영어 표현이 ‘pay attention’인데, 오늘날 인터넷 경제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돈을 내는 것(pay)’과 같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자율주행차 시대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면 어떨까. 관심 경제가 전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면서 디지털이 일상 곳곳을 파고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극단적으로 설명하면 하루 종일 ‘온라인 상태’일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에게는 사실상 ‘전체 파이(디지털에 머무는 시간)’가 커지는 것이다.

당장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운전자가 주행 대신에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최근 미국에서는 일부 전기차 테슬라 운전자들이 자율주행 보조기능인 ‘오토파일럿’을 켜놓고 게임을 하다가 사고를 내기도 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플랫폼 기업들은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신대륙에 진출하기 위해 게임을 교두보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보 과잉(Information Overload) 시대에서 사용자들은 몰입감 있는 게임에 이미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디지털 통화를 이용한 결제 등 메타버스에 다양한 기반이 갖춰지면 대규모 산업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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