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 들통난 CNN 사장, 9년만에 불명예 퇴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3일 1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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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뉴스 채널 CNN의 제프 주커 사장(57)이 동료 임원과 비밀리에 사내 연애를 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2일(현지 시간) 사임했다. PD 출신인 주커 사장은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 NBC유니버설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2013년부터 CNN의 경영을 맡아왔다. 미국 미디어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주커 사장은 앨리슨 골러스트 CNN 수석부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50)와의 연애 사실을 숨긴 것에 책임을 지고 이날 CEO직에서 물러났다. 주커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쓴 글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둘 사이의 관계가 발전했다. 처음 이 사실을 공개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내 잘못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내 임기가 다르게 끝나길 바랐다. 하지만 (CNN에서의)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고 했다. 골러스트 부사장 또한 “최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둘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 미리 관계에 대해 밝히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커 사장과 골러스트 부사장 간의 관계는 크리스 쿠오모 전 CNN 간판 앵커에 대한 내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을 전해졌다. 쿠오모 전 앵커는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자신의 형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두둔하다 지난해 11월 해고됐다.

쿠오모 측 변호인단이 쿠오모의 퇴직금 지급을 거절한 CNN을 상대로 협상을 벌이던 중 ‘주커 사장도 골러스트와의 관계로 잠재적인 이해충돌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데도 쿠오모 형제의 이해충돌을 운운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주장했다고 미국 언론 폴리티코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직장에서 사적 관계를 맺고 있는 주커 사장이 쿠오모의 잘못을 지적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주커 사장과 골러스트 부사장은 각각 2018년, 2017년 배우자와 이혼했다. 이들은 최근 들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둘의 불륜 의혹도 나오고 있다. 솔레다드 오브라이언 전 CNN 기자는 이날 트위터에 “‘코로나 기간 중 관계가 시작됐다’는 주장은 꽤 우습다. 둘의 연애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적었다.

주커 사장과 골러스트 부사장은 1998년 NBC에서 처음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주커는 CNN 사장으로 옮긴 뒤 골러스트를 임원으로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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