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 사람에 첫 이식…사흘째 거부반응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1일 1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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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 의대 대학원 외과의사 팀이 1월 7일 유전자 처리한 돼지 심장을 인체에 이식수술하는 장면. (메릴랜드 의대 제공 사진)
메릴랜드 의대 대학원 외과의사 팀이 1월 7일 유전자 처리한 돼지 심장을 인체에 이식수술하는 장면. (메릴랜드 의대 제공 사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인체에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식받은 환자는 거부 반응 없이 사흘째 회복 중이다. 세계적으로 장기 기증자가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식용 장기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AP통신 등은 10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센터가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한부 환자 데이비드 베넷(57)의 동의를 받고,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환자는 수술 전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 받거나 아닌가, 나는 살고 싶다”며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시도인 걸 알지만, 마지막 선택”이라고 말했다. 수술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 이르지만, 환자는 아직까지 거부 반응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8시간 동안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심장 박동과 혈압 모두 정상적”이라며 “이번 수술로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 한발 더 다가서게 돼 매우 흥분된다”고 했다.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소재 메릴랜드 의료센터의 바틀리 그리피스(왼쪽) 박사가 환자 데이비드 베넷과 셀카를 찍고 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미 의료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베넷이 사흘째 회복 중이라고 병원 측이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2.01.11. 볼티모어=AP/뉴시스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소재 메릴랜드 의료센터의 바틀리 그리피스(왼쪽) 박사가 환자 데이비드 베넷과 셀카를 찍고 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미 의료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베넷이 사흘째 회복 중이라고 병원 측이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2.01.11. 볼티모어=AP/뉴시스
돼지는 인간의 몸에 장기를 이식할 잠재력이 있는 동물로 오랫동안 주목받았다. 돼지의 장기가 인간의 장기와 크기가 유사하고, 영장류보다 새끼를 많이 낳아 이종간 이식 실험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돼지 심장 조직으로 만든 판막을 이식한 사례나 돼지에서 추출한 콜라겐으로 인공 피부를 만들어 화상 환자에게 이식하는 사례는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장기 이식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체의 거부 반응이 문제였다. 돼지 장기의 특정 물질이 인간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연구에 한계를 보인 것이다. 최근에는 돼지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로버트 몽고메리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 이식센터장팀이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이 뇌사 환자에게 이식돼 거부 반응 없이 작동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종 장기 이식이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은 의학계 첫 사례였다. 이번 수술에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 같은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세포 내 당(糖)을 제거한 돼지 심장이 사용됐다.

AP통신은 이번 수술에 대해 “동물의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기 위한 수십 년의 노력에서 이룬 또 하나의 진전”이라고 전했다. 1984년에는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했던 어린 아기가 21일 간 생존한 일이 있었다.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동물의 장기 이식은 장기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10만 명 이상이 장기 이식 순서를 기다리며 하루에만 17명이 이식을 받지 못해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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