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터키 리라화…‘악마의 잼’ 누텔라 공급난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1일 1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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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 뉴시스
에르도안 대통령. 뉴시스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한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리라화 예금을 보호할 새로운 금융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리라-달러 환율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상황(리라화 가치 하락)에서 나온 이번 발언으로 리라화 가치는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반등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후 진행된 TV 연설에서 “시민들은 리라를 외화로 바꾸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예금보호 수단을 언급하지 않은 채로 이처럼 밝혔다. 다만 그는 저금리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며 “금리를 낮춰 인플레이션이 몇 개월 안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이달 중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으로 동요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내년도 월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0% 높은4250리라(약 32만9000원)로 올린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50년 동안 가장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이라면서 “이번 인상은 노동자들이 물가 상승에 짓눌리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리라화 가치의 폭락은 터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에서 비롯됐다. 터키중앙은행은 올 9월(19%)부터 이달(14%)까지 넉 달 연속 기준금리를 낮췄다. 이에 따라 올 초 1달러에 약 7리라였던 리라화의 가치는 이번 예금보호 조치 발표 직전엔 1달러에 18리라를 웃돌기도 했다. 다만 발표 이후 1달러에 12.28리라까지 리라-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리라화 가치의 상승이 리라화 가치의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로 터키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터키의 공식 통계 조사기관인 투르크스탯은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1.31%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견과류인 헤이즐넛의 가격이 당분간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 세계 헤이즐넛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터키 농가들이 3배 수준으로 치솟은 수입 비료 가격 등을 감당하지 못해 생산을 줄이고 있다. 터키 정부가 단행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헤이즐넛이 주된 원료로 이른바 ‘악마의 잼’으로 불리는 누텔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덩달아 제기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처럼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것은 수출 극대화를 통해 지지율 상승을 노려 장기집권을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터키 현지 재무 분석가인 무스타파 무라트 쿠빌라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보가 “내년 1분기(1~3월) 생산과 수출을 강화해 선거에 앞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총리 시절까지 포함하면 2003년부터 집권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현재 임기는 2024년까지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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