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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선진국 백신 싹쓸이가 오미크론 확산 불렀다” 비판 커져

입력 2021-11-28 16:57업데이트 2021-11-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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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선진국들이 자국민 접종을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것이 오미크론의 확산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빈곤국에 백신을 공급해야 한다고 수 차례 호소했지만, 선진국들은 ‘부스터 샷(추가접종)’까지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백신을 풀지 않았다. 오미크론이 처음 발견된 남아프리카 국가들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30%가 되지 않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가 백신 불균형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변이가 귀신 같이 출몰했다”고 27일 보도했고 백악관도 대응을 약속하고 나섰다.

이날 WP는 “빈곤국에 백신 접종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하고 퍼질 수 있는지 이번 사례가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28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25일 기준으로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 된 남아공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24.1%다. 그 주변 국가는 레소토 26.7%, 에스와티니 20.5%, 보츠와나 20.0%, 짐바브웨 18.8%, 나미비아 11.6%, 모잠비크 11.0%다. 말라위는 3.1%로 한 자릿수다. 아프리카 12억 명 인구 중 백신을 한 번이라도 접종한 인구는 6% 뿐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텍, 모더나 백신을 개발한 미국의 접종 완료율은 59.1%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종주국인 영국은 68.8%다. 유럽연합(EU) 양강인 독일(68.2%)과 프랑스(69.6%)도 60%를 넘겼다. 전 세계의 접종 완료율이 42.7%인 점을 감안하면 양극화가 심하다.

오미크론이 미국까지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성명에서 “대유행과의 싸움은 세계적인 백신 접종 없이는 종식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다음주 세계무역기구(WTO) 각료 회의에서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를 위한 각국 회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5월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 백신 지식재산권을 포기해 공급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독일, 스위스, EU는 지재권이 “혁신의 원천”이라며 거절했다. 이들은 오히려 “미국부터 수출을 늘려야 한다”며 미국을 비판했고 지재권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남아공 의료연구협의회의 글렌다 그레이 회장은 “전 세계에 백신이 충분히 공급될 때 까지 이런 일은 반복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27일 말했다. WHO 세계보건자금조달 대사인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26일 영국 가디언 기고에서 “의료 전문가들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공급하는 데 실패했고 그 실패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고 선진국을 겨냥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앞서 12일 전 세계에서 접종된 부스터샷이 빈곤국가의 1차 접종량보다 6배나 많다며 “당장 그만둬야 할 스캔들”이라고 비난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이연구소는 21일 “파푸아뉴기니 등 일부 국가는 성인 3분의 1을 접종하는 데 5년이 걸릴 것이다.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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