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해협 건너던 ‘난민보트’ 전복 참사에…英-佛 책임공방 심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5일 15시 00분


코멘트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북부 난민캠프와 가까운 칼레항 주변에 인권 활동가들이 촛불로 보트 전복 사고로 사망한 난민들을 추모하고 있다. 최소 27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영국해협에서 이제껏 벌어진 사고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다.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북부 난민캠프와 가까운 칼레항 주변에 인권 활동가들이 촛불로 보트 전복 사고로 사망한 난민들을 추모하고 있다. 최소 27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영국해협에서 이제껏 벌어진 사고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다.
프랑스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너려던 난민 27명이 보트가 침몰해 숨졌다. 이제껏 영국 해협에서 발생한 사고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다. 북부 난민캠프가 골치인 프랑스와 해협을 통해 유입되는 프랑스 발(發) 난민을 막으려는 영국은 책임공방을 주고받았다.

로이터통신등 외신에 따르면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칼레 인근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너려던 난민 27명이 보트 전복으로 사망했다. 최근 프랑스 북부 칼레 등 난민 캠프 인근 해안에는 난민들에게 돈을 받고 보트를 태워 영국으로 보내는 갱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영국이 화물차에 숨어 들어오던 전통적인 난민들의 유입 통로를 강하게 억제하자 위험한 보트 횡단을 감행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긴급 안보 회의를 마친 뒤 “갱단이 사람들을 바다로 보내 돈을 버는 모델을 없애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 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보트들이 출발하는 인근 국가들과 공조가 필요한데 특히 프랑스가 우리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아 설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프랑스에 책임을 묻는 듯한 발언도 했다. 존슨 총리는 이어진 영-프 정상간 전화 회담에서도 “프랑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난민 유입) 문제를 심각하게 접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양국 모두 책임이 있다”며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대응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도 비상회의를 열고 “프랑스는 영국해협이 무덤이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연합(EU) 산하의 국경 관리기구인 프론텍스(Frontex)에 기금 지원을 늘려 자국 북부 해안에 난민들이 몰리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영국도 2022년까지 프랑스에 6270만 유로(약 836억 원)을 지원해 해안 순찰대, 공중감시 및 안전설비 확충을 돕기로 했다.

양국의 책임공방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해협을 건너는 난민을 막기 위해 공조해야 할 양국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양국이 특히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어업 허가와 관련해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상황도 양국의 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 4월 재선을 노리는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의 이익을 강하게 대변하는 이미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수당 유권자들의 반이민 정서를 잘 알고 있는 존슨 총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를 주장하며 영국 국경 통제력을 되찾겠다고 유세를 한 존슨 총리로서는 난민유입이 정치적으로 더 위험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