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美, 민간인 80명 숨진 2019년 시리아 공습 참사 은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4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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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019년 3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본거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어린이와 여성 등 민간인이 50명 넘게 사망했는데도 미군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이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군 수뇌부가 사건을 작정하고 묻었다. 이는 전쟁 범죄”라고 증언했다.

미군은 당시 ‘F-15E’ 폭격기를 통해 IS의 거점으로 지목된 시리아 북서부 바구즈에 폭탄을 투하했다. 당시 지상에는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공중 투하를 강행했다. 처음 500파운드(227㎏) 짜리 폭탄이 떨어졌고, 이어 2000파운드(907㎏) 짜리 폭탄 두 발이 더 투하됐다. 12분간 이뤄진 세 차례의 폭탄 투하로 지상에 있던 사람 대부분이 숨졌다.

이 공습은 미군 특수부대 ‘태스크포스9’이 주도했다. 이들은 다른 미군 부대에도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했다. 무인기로 해당 지역을 정찰하던 카타르의 미군 연합공군작전사령부 또한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사령부는 무인기의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당시 지상에 민간인이 많다는 점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 공습 직후 연합공군작전사령부 장교들은 “도대체 누가 폭탄을 투하했느냐”고 서로 물으며 혼란에 빠졌다.

이후 미군은 민간인 참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공습 뒤 미군이 주도한 연합군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불도저로 공습 현장을 밀어버렸고 각국 정부 최고 책임자들에게도 경위를 보고하지 않았다. NYT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미국 공군 법무관 딘 코르삭 중령은 “군 수뇌부가 고의적, 조직적으로 사건은 은폐하려 했다. 사망자가 충격적으로 많다”는 e메일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 보내려다 내부 보복을 당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NYT의 질의에 “조사 결과 공습으로 총 80명이 숨졌고 그 중 16명은 IS 조직원, 4명은 민간인이었다”고 민간인 사망을 시인했다. 그러나 “소수의 민간인만 숨졌기 때문에 공습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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