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 손 연상된다고…이란, ‘빈곤 보도’ 언론사 신문 발행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9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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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연상시키는 손과 빈곤 문제를 결부시킨 그래픽이 일간지 1면에 실렸다는 이유로 정부가 해당 언론사의 신문 발행을 전격 중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1989년부터 32년째 이란을 통치하고 있는 하메네이는 대통령을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어떤 비판도 용납되지 않는다.

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당국은 현지 일간지 ‘켈리드’가 6일 발행된 신문 1면에 하메네이의 손을 연상시키는 그래픽을 썼다는 이유로 이 신문의 발행을 중단시켰다. 페르시아어로 ‘열쇠’를 뜻하는 켈리드는 2013년 설립 후 주로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해 왔다. 현재 켈리드의 웹사이트 또한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해당 그래픽의 중앙에는 달걀, 통조림, 식용유 등 식료품이 담긴 종이 상자가, 아래에는 이 상자로 손을 내민 여러 사람이 있다. 이 와중에 반지를 낀 붉은 손이 등장해 상자와 사람들 사이에 붉은 선을 그어 양측을 구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서방의 오랜 제재 등으로 이란 국민의 민생고가 심각한 와중에 보이지 않는 붉은 손이 국민들의 식료품 접근조차 차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국은 이 반지를 낀 붉은 손이 하메네이의 것이라고 판단해 켈리드의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메네이는 1981년 반대파의 폭탄 테러로 오른손이 마비됐다. 이후 공식석상에서는 항상 왼손만 쓰고 있으며 그래픽에 나오는 것처럼 반지를 낀다.

국제사회는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비정부기구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이날 “이란 당국은 켈리드를 폐쇄하기로 한 결정을 즉시 뒤집어야 하며 언론 매체들이 뉴스를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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