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거세진 ‘反난민’ 바람… 무장 극우단체, 난민 공격 위협까지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1-10-26 03:00수정 2021-10-26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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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佛 극우단체, 총-칼 등 무장… 英선 이민자 공격 모의 군인 적발
폴란드-벨라루스 등선 난민 거부… 아프간 난민까지 겹쳐 갈등 커져
교황 “난민 추방 중단해야” 호소
독일의 국경지대에서 난민을 막기 위해 무장(武裝)한 ‘극우 자경단’까지 등장했다.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을 향한 극우단체들의 테러 위협이 커지면서 유럽에서 난민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도이체벨레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경찰은 24일 “폴란드에서 넘어오는 이주민을 막기 위해 국경 일대인 동부 구벤 지역에서 조직된 자경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50여 명으로 이뤄진 이들은 23일 총, 칼, 곤봉 등으로 무장한 채 국경 일대를 순찰 중이었다. 경찰은 이들과 대치 끝에 무기를 압수하고 모임을 해산시켰다. 독일 내무부에 따르면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유입된 난민이 올해에만 6162명에 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자경단은 ‘네오나치’와 연계된 극우정당 ‘제3의 길’ 지지자들로 구성됐다. 네오나치는 아돌프 히틀러(1889∼1945)에서 비롯된 반(反)난민, 인종차별, 극단주의를 찬양하는 이들을 말한다.

독일 정보기관인 헌법보호청(BfV)에 따르면 올해 독일에서 극단적 극우주의자 3만300명 중 40%가 ‘폭력’ 등급으로 분류돼 역대 최고 비중을 차지했다. 1년간 극우집단이 일으킨 강력 범죄도 1023건 발생해 지난해 대비 10% 증가했다. 이들의 주요 공격 대상은 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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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뿐만이 아니다. 세르비아에서는 이달 14일 극우단체 ‘인민순찰대’가 불법 이민자에게 숙소를 제공한 호스텔 주인 등 6명을 ‘배신자’라며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는 3월 극우단체 ‘정체성 세대’가 무장한 민병대를 발족해 이민자를 공격하려다가 정부에 적발됐다. 영국에서도 5월 이민자 공격 등을 모의한 극우 성향의 군인 16명이 수사를 받았다.

일간 가디언은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한 이후 아프간을 떠난 난민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 간 ‘난민 떠넘기기’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극우단체가 활동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유럽의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8월부터 군대를 동원해 자국 내 아프간, 시리아 난민들을 의도적으로 주변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으로 추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자신의 독재를 문제 삼아 6월 경제 제재를 가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벨라루스에서 추방된 난민들은 폴란드와 국경을 맞댄 독일과 체코 등으로도 유입되고 있다.

EU는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들에게 일단 쉴 곳, 식량을 제공하고 추후 돌려보내라’는 입장이지만 난민 유입이 많은 국가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폴란드는 3억5000만 유로(약 4700억 원)를 투입해 국경지대에 장벽을 건설 중이다. 독일 정부는 23일부터 국경지대에 800명 이상의 경찰을 배치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는 ‘이민자를 대거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극우 정치인 에리크 제무르가 20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8%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2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유럽의 반(反)난민 정서가 심해지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인간다운 삶을 찾아 나선 이주민과 난민을 다시 돌려보내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유럽#反난민#극우단체#난민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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