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테러 ‘네 탓’ 공방…美 “英 철수 위해 게이트 열어둬” vs 英 “책임 전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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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지난달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테러를 둘러싸고 미국과 영국이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테러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오전 8시 카불공항에 있는 현장 미군 지휘관을 포함한 전 세계 미군 간부 12명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미 국방부는 “대규모 테러가 임박했으니 대비하라”고 공지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아프간에 체류 중인 미국인이 카불공항에 들어갈 때 주로 이용하는 에비게이트가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IS-K가 ‘복잡한 공격’(complex attack)을 준비 중”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는 테러 당일인 26일 카불공항에 연락해 에비게이트를 폐쇄하라고 여러 번 당부했지만 게이트는 계속 열려 있었다. 이날 오후 6시경 IS-K는 에비게이트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미국은 에비게이트가 계속 열려 있었던 이유를 영국으로 돌리고 있다. 미 국방부는 “철수 일정을 앞당긴 영국군이 계속 대피작업을 할 수 있도록 게이트를 열어둔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밝혔다. 미국의 게이트 폐쇄 당부에도 영국이 자국의 철수 작업을 위해 게이트를 열어뒀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 국방부의 주장에 영국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이 영국에 책임을 전가한다”며 반발했다.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BBC에 “영국 때문에 에비게이트를 열어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미국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가디언도 소식통을 인용해 “애비게이트를 예상보다 오래 열어놨다면 그건 미국과 영국의 ‘공동의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미 백악관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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