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푸틴, 핵-사이버공격 억제 합의…해킹 배후-인권 문제는 이견

제네바=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1-06-17 06:47수정 2021-06-1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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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18세기 고딕양식 저택 ‘빌라 라 그랑주’에서 본격적인 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웃음 짓고 있다. 제네바=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핵전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안정화’ 방안에 합의했다. 또 ‘사이버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협상을 양국간 시작하기로 했다.

● 핵전쟁, 사이버 전쟁 억제, 각국 대사 원대 복귀 합의
두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반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 정상회담을 가진 후 별도로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발표된 공동 성명을 통해 양국이 전략적 안정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 정상은 성명에서 올해 2월 연장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예로 들면서 “양국간 핵무기 통제에 대한 약속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16일 회담에서도 양국은 핵전쟁으로 승리할 수 없고 절대 싸워서도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양국은 긴장된 기간에도 전략적 영역에서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핵전쟁과 무력 충돌의 위험을 줄이려는 공동목표에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보여왔다”며 “양국은 전략적 안정을 위한 대화를 가까운 미래에 시작해 군비 통제, 위험 감소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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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스타트는 2010년 4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체결한 협정이다. 실전 배치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2월 10년을 유예기간으로 둔 후 올해 2월 연장을 확정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사이버 공격’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지난해 12월 미국 부처와 기업들에 대한 해킹 등 러시아가 배후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시 사이버 전쟁을 벌일 능력이 있으며 향후 공격을 받을 경우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식수 등 사이버 공격을 받아서는 안 되는 16개 인프라 리스트를 푸틴에게 전달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해킹이 러시아 소행이란 점을 부인했다. 그는 “해당 사건이 러시아 당국이 무슨 상관이 있냐”며 반문했다. 다만 그는 사이버 공격 억제와 보안을 양자협상 최우선 순위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이를 토대로 ‘사이버 전쟁’을 억제책을 찾기 위한 양국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CNN은 “푸틴의 부인은 예상됐고 미국 정부에게는 특별한 놀라움이 아니다”라며 “바이든은 미래의 사이버 공격을 대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길 원했다. 이날 회담의 핵심 논제는 사이버 공격”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중 “미국과 러시아의 신냉전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최악에 빠진 외교관계도 정상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양국 갈등으로 3, 4월 각각 자국으로 돌아온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와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조만간 다시 주재국으로 보내기로 합의했다.

다만 양 정상은 수감 중인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해서는 첨예한 의견 차를 보였다. 바이든은 “나발니가 사망할 경우 러시아가 치러야 할 대가는 아주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은 “유죄판결을 받고, 당국 출석을 무시한 사람”이라며 러시아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 예상보다 짧았던 3시간 반의 바이드-푸틴 회담… 대화는 비교적 화기애애
이날 회담은 푸틴 대통령이 먼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여러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나타나는 일이 잦아 ‘지각 대장’으로 불리기도 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보다 먼저 회담장에 도착했다.

정상회담은 현지 시간 오후 1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푸틴 대통령은 오후 1시 4분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보다 14분 뒤인 오후 1시 18분에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담 시작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만남이 생산적이길 바란다”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과 러시아 간 이해 충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적이고 이성적인 틀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후 이날 오후 5시 반 바이든 대통령이 비교적 밝은 표정을 지으며 회담장 문을 나섰다. 정상회담이 1시 반에 시작됐기 때문에 약 4시간가량 진행된 셈이다. 17분 후인 오후 5시 47분 푸틴 대통령이 회담장을 떠났다. 회담 후 백악관 측은 양 대통령 중심의 소수 회담은 오후 1시 44분부터 1시간 33분, 확대 회담은 오후 4시부터 1시간 27분 동안 진행됐다고 밝혔다. 두 대통령은 중간에 1번 20분 간 각자의 공간에서 휴식을 가졌다. 실질적으로 바이든과 푸틴이 대화를 나눈 시간은 약 3시간 정도에 그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상은 회담 후 진행된 개별기자회견에서 상대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푸틴 대통령부터 이날 오후 6시 경 개별 기자간담회를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오후 6시 40분이 지나서야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회담을 ‘건설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여러 문제에서 서로 의견이 엇갈렸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을 근접시키는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며 “러시아와 미국이 함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에 대해서도 “기대대로 아주 건설적이고 균형감 있으며 경험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전반적으로 같은 언어로 얘기했다”며 비교적 소통이 수월했다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시 ‘회담 분위기가 좋았다;고 평했다. 그는 “전체 회담의 톤은 좋았고, 긍정적이었다. 거슬리는 행동은 없었다”며 “두 나라 관계가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회담 후 선물도 주고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힘과 단합을 상징하는 미국 들소 모양의 크리스털 조각상, 항공기 조종사용 안경을 선물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 민속공예품들을 건넸다. 다만 두 정상은 서로 상대국 방문을 요청하지 않았다.

제네바=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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