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덴마크 너는 왜”… 美에 도청 사실 해명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일 18시 17분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덴마크 국방정보국(FE)의 유럽 정치인 도청 의혹에 유럽 각국 정상이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은 ‘세계 최대 해커 제국’이라며 미국을 향한 비난에 가세했다.

지난달 31일 AFP통신 등은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덴마크 정부의 FE 공조 사실 인지 여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덴마크와 미국에 모든 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의 신뢰를 의심하지 않지만,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맹국 사이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도청의 대상으로 거론된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노르웨이 총리와 스웨덴 국방부 장관 또한 덴마크 정부에 사실 확인 및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미국은 모두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의 해커 제국”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은 경쟁 상대뿐 아니라 동맹의 기밀 정보도 대규모로 훔쳐가는 고도의 상습법”이라며 “이는 동맹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앞서 덴마크 공영 라디오 DR, 프랑스 르몽드 등 유럽의 여러 매체는 NSA가 2012~2014년 덴마크의 해저 케이블을 이용해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의 고위 정관계 인사를 도청했다고 보도했다.

DR이 보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도청을 위해 덴마크 정보기관 내에 별도의 데이터센터까지 건설됐다. 도청 당시 덴마크 정부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덴마크 국방부 장관 트린 브람센은 보도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동맹을 도청하는 시스템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AFP통신에 따르면 브람센 장관은 지난해 8월 FE의 공조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FE 국장과 관계자 3명에게 직위 해제 조치를 내렸다. 당시 덴마크 정부는 “FE가 2014~2020년 불법 감시 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덴마크 정보 당국이 유럽 동맹국과 미국 사이에서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의회에서 NSA 도청 의혹을 조사했던 패트릭 센스버그 의원은 독일 NDR 방송에 “정보기관은 국가간 우호 관계나 윤리가 아닌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며 “이러한 생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이라크 전쟁에 자국 군대를 파병하는 등 유럽 내에서도 미국과 가까운 국가에 속한다. 또 북유럽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모두 가입해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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