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中빌미로 방위비 증액 “GDP의 1% 관행 얽매이지 않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1일 03시 00분


1976년 정한 원칙, 폐지뒤에도 유지
올해 예산은 0.997%… 약 55조원, 방위상 “국방 필요경비 확실히 마련”
中과 영유권 분쟁 지역 구체적 거론… 무기 관련 첨단기술 유출 방지 위해
유학생-외국인 연구자 규제도 강화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 뉴시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 뉴시스
일본 정부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묶어 온 관행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혀 앞으로 일본의 국방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또 외국인 유학생에 의한 첨단기술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런 움직임들에는 ‘중국 견제’가 목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20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속도로 방위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GDP 규모를 감안해 (방위예산을) 짤 생각은 없다. 일본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경비를 확실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국민총생산(GNP) 대비 1% 이내로 방위예산을 편성한다는 원칙을 1976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내각 시절인 1987년 이 원칙이 폐지돼 1987∼1989년도 방위 예산은 GNP의 1%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원칙이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 이후 GNP 또는 GDP(1997년 이후 적용) 대비 방위예산이 1%를 넘긴 것은 2010년뿐이었다. 이때의 방위비 예산 비중 증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GDP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안보를 강조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집권 등의 영향으로 2021년도까지 9년 연속 방위 예산이 늘었지만 GDP 대비 1% 이내 수준은 유지됐다. 올해 방위예산은 5조3422억 엔(약 55조 원)으로 지난해 GDP의 0.997%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방위력 강화를 목적으로 GDP 대비 1% 이상의 예산을 확보할 경우 일본 안보정책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기시 방위상은 방위력을 강화해야 할 분야의 구체적인 예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낙도를 들었다. 그는 “자위대의 공백 지역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섬 지역에 부대를 배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주, 사이버 분야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한 안보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의 해양 진출 강화, 일본 스스로 군사적인 힘을 더 키울 것을 원하는 미국의 요구 등이 방위력 강화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첨단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규제 강화 방침을 굳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중국을 염두에 두고 군사 관련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외환및외국무역법에 따르면 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기술을 외국인에게 제공할 때는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일본에 있는 사무소에서 근무하거나, 일본에 입국한 지 6개월 이상 지났을 경우엔 ‘거주자’로 인정돼 허가를 위한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외환및외국무역법을 고쳐 외국인 유학생이나 연구자의 거주자 요건을 더 엄격하게 만들 방침이다.

미국은 체류 기간에 상관없이 외국 국적자에 대한 첨단기술 제공을 규제하고 있다. 일본의 움직임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중국#방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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