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文, 중립국처럼 북미대화 압박…韓 고립 자초”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30일 0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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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트럼프 비판은 전례 없는 결례…영향력 하락 악재"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 재개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문가 사이에서 한국이 중립국처럼 처신하며 동맹인 미국을 과도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30일 보도했다.

북미간 조속한 대화 재개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겠다는 전략은 미국과 북한 모두의 비난을 자초해 동맹국과 적국 사이에서 한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하루빨리 북미가 마주 앉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정부는 28일 공개된 ‘2021년 남북관계발전 시행계획’에서도 전쟁 불용과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문제 해결 3대 원칙을 견지하고, 북미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한국의 중재는 중립적 역할이나 중간자 입장을 암시한다”며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한국이 동맹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이 아무리 북미간 중재 역할을 하려고 해도 북한은 여전히 한국을 미국의 동맹으로 비판한다며 “북한은 한미 관계를 벌려놓으려 하는데 한국 정부가 북미간 공정한 역할을 암시하는 중재자를 자임하는 것은 북한의 손에 놀아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이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경험했던 근본적 결함이 있는 전략”이라며 “이런 개념의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을 파괴하는 데 전념하는 정권과 한국을 방어하는 데 전념하는 동맹 사이에서 한국이 중개인을 자처한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만약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기 원하지 않으면 그런 중개인이 될 수 있겠지만, 청와대가 동맹을 상대로 그런 방식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런 접근법은 동맹을 마모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남북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북한의 오랜 정책 목표이기도 한 이런 목표를 한국이 왜 자국의 목표로 세우려 하는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과 대화가 단절된 것은 미국의 책임이 아니라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 모든 접촉을 끊었기 때문이라며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적이고 모욕적인 언사와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협력 대상이자 동맹인 미국에 이런저런 주문을 계속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고 VOA는 전했다.

오핸론 연구원은 북한과 대화를 서두르는 것보다 한미 간 조율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먼저 협력한 뒤 북한에 손을 뻗어야지, 한국 정부에게 중재는 잘못된 개념 혹은 잘못된 역할”이라고 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도 “현재 남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북한이 유독 한국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며 대화조차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과연 중재자 같은 위치에 있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북한에 남북대화와 협력, 화해를 말할 때마다 북한은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한국을 매우 혹독히 비판하는데, 남북관계마저 엉망인 상황에서 한국이 미북 대화를 촉진하기는 극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에게 당장의 골칫거리는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이 아니라 어떻게 북한을 한국과 대화하도록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하지만, 현 상황은 단순히 (북미간) 소통의 실패가 아니다”라며 “문제는 미국이 대화를 원하지 않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테이블에서 치워버리고 협상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며 했던 역할을 반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문 행정부가 북한을 효과적으로 설득해 바이든 행정부와 외교를 추진하도록 만들기 바라지만, 북한이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증거는 지금까지 거의 없다”며 “문 대통령이 중재 역할을 되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최근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영향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도 VOA는 전했다.

한국 현직 대통령이 퇴임한 지 얼마 안 되는 미국 전 대통령을 공개 비난한 것은 전례 없는 결례로 한때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로 치켜세웠던 동맹국 지도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180도 달라진 태도가 워싱턴에서 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틀 뒤 별도 성명을 통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며 ”문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 장기간 지속된 군사적 바가지 씌우기와 관련한 것을 제외하면 지도자로서, 또 협상가로서 약했다“고 주장했다.

미 공군 출신으로 태평양사령관 특별 보좌관을 역임한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바이든 대통령 쪽에 영합하는 중“이라며 ”하지만 이런 시도는 설득력이 없고 워싱턴에서 존중받지도 못하고 있으며, 이는 평양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냈던 것이 거짓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혹은 적어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미북 대화나 정상회담을 주선하고 북한의 위협과 모욕을 거듭 축소했지만, 북한은 한국이나 미국 누구와도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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