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금지법 청문회 예고한 美, 한국 정부 향해 “폄하말라”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04-11 18:30수정 2021-04-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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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이 14일 새벽 경기 연천군에서 대북전단 50만장을 북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19.4.14/뉴스1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예고한 미국 의회 내 초당적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역할과 비중을 폄하하는 듯한 정부 내 발언을 두고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는 물론 의회 내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제기됐다.

미 하원 고위 관계자는 10일(현지 시간) 톰 랜토스 인권위 청문회에 대한 통일부의 설명에 대해 “청문회의 중요성을 폄하하고 이와 상관없는 이슈를 제기함으로써 핵심을 돌리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통일부가 전날 기자설명회에서 이 청문회를 “의결 권한이 없는 등 한국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고 정책 연구모임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제기되는 이런 평가에 대한 본보의 입장 질의에 “청문회를 깎아 내리려는 정치적인 묘사”라고 했다. 이어 “하원에는 상임위원회 외에 중국, 인권, 유럽안보 등 특정 주제를 다루는 특별위원회가 있다”며 “톰 랜토스 인권위 같은 특별위는 상임위처럼 법안을 심사 및 수정하지는 않지만 청문회를 통해 사안을 더 심층적으로 다룬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위의 활동을 놓고 법안 의결 권한이 없다는 지적은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며 “의회 및 여론에 문제를 알리고 의원들의 법안 발의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하는 청문회 개최 역량은 의결권과는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위는 코커스(caucus)로 불리는 정책 연구모임과 달리 의회의 공식 설립 허가와 펀딩을 받는 조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에서 나오는) 비판들은 ‘오렌지를 보고 왜 사과가 아니냐’고 하는 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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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나치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로 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고 톰 랜토스 하원의원의 이름을 따 2008년 설립된 인권위는 현재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의원과 민주당의 제임스 맥거번 의원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한국계 영 김 의원, 민주당 ‘진보 4인방’ 중 한 명인 일한 오마르 의원 등 39명이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이 인권위는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인권특사의 임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외교의 중심에 놓겠다고 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초당적 기구에 대해 한국 정부가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톰 랜토스 위원회가 앞으로 중국의 인권문제를 다루게 되면 관련 활동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권 문제를 다뤄온 전직 국무부 당국자들도 톰 랜토스 인권위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베르타 코언 전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의 보고서와 청문회, 인권옹호 활동이 오랜 기간 미국 의원들과 행정부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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