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운항 미숙” vs 日선주 “강풍 탓”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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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운하 차단’ 본격 책임 공방
이집트 도선사 부실근무 논란도

23일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좌초로 통행이 중단됐던 이집트 수에즈운하가 29일 정상 운영에 돌입했지만 좌초 원인 및 책임 소재 등을 둘러싼 공방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선주 일본 쇼에이기센, 용선사 대만 에버그린, 보험사 영국 P&I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집트 당국 또한 운하 부실 관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당국은 선장과 항해사의 운항 실수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에버기븐호에 탑승했던 도선사 2명을 상대로 교신 문제가 있었는지, 선장과 도선사 모두 운하 통항 경험은 충분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반면 쇼에이기센 측은 사고 직후부터 “운하 입구에서 한때 초속 50m 수준의 강풍이 불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또 파도로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며 자연재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지점의 폭이 매우 좁아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형 화물선이 강풍에 잘 기울어진다는 점도 재해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한편 29일 마합 마미시 수에즈운하 담당 대통령 보좌관은 “이런 사고는 매우 드물다. 사고 책임이 선장에게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장 역시 27일 “기기 결함, 사람 실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선장의 운항 미숙에 책임을 돌렸다.

도선사가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상당하다. 이집트 규정에 따라 수에즈운하 통과 시 각 선박은 최대 30만 달러의 통항료를 내고 이집트인 도선사를 반드시 태워야 한다. 에버기븐호에도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 도선사가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당수 이집트 도선사가 실제 운항에 참여하지 않은 채 승객실에 머물렀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도선사의 부실 근무가 드러나면 이집트 당국의 부실 감독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집트 법은 도선사 과실이 있어도 운하에서 발생한 사고는 선장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국은 29일 오후 6시부터 운하 통행이 재개됐고 30일 오전까지 순조롭게 통행이 이어져 총 113척의 배가 양방향 운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통상 운하에서는 18시간 동안 50척이 빠져나가는데 운하관리청은 그간 물류 대란을 감안해 향후 며칠간 통행량을 기존보다 2배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운하 운영 재개를 기다리던 선박 437척이 이르면 다음 달 1일까지 모두 운하를 빠져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이집트#일본#책임공방#수에즈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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