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어떻게 美 정치 바꿨나…역사학자들 ‘트럼프 전기’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3일 1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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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Gettyimages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Gettyimages
‘역사상 전례 없었던 그의 임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미국 역사학자 17명이 모여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의 역사적 기록을 담은 전기 출간을 추진한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상식을 파괴하고 국민과 국제사회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22일 뉴욕타임즈(NYT)는 미국 내 역사학자 17명이 19일 줌(zoom)으로 첫 화상회의를 열고 트럼프 행정부 전기 출간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이민, 외교, 인종, 정당 정치, 미디어, 가짜 뉴스, 탄핵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 논의를 거친 후 집필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들이 쓸 책의 제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최초의 역사적 평가’로 정해졌다. 책은 내년 프린스턴대 출판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NYT는 “사상 초유의 의회 폭동으로 막 내린 트럼프 행정부를 요약하기에는 다소 건조해 보일 수도 있는 제목”이라고 전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줄리앙 젤리저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 역사에 뿌리 깊이 내린 대통령제의 근본 요소를 이해하기 위한 도전”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동안 상식을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글로벌 동맹’ 파트를 담당한 제프리 엔젤 사우스메소디스트대 대통령역사센터 이사장은 “이 연구에는 ‘오, 세상에나!’라고 외칠 만한 대목들이 있다”며 “전례 없던 ‘그 대통령’의 임기와 그 속성에 대해 우리의 분노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필자 중 한 명인 마이클 카짐 조지타운대 교수는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면 나는 여기 화상회의에 앉아있기보다는 차라리 거리로 나와 시위대를 조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벌리 게이지 예일대 역사학자는 트럼프가 미 연방수사국(FBI)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국가 행정을 해체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평생 FBI를 혐오해왔지만,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같은 이들이 예상치 않게 트럼프와 맞서 ‘자유주의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은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했으나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그를 해임했다. 그는 해임된 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에 도덕적으로 부적합하다”고 비판했고, 트럼프는 그를 “더러운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역사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미국 정치를 바꿔놨고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는지에 주목했다. 이들은 화상토론 내내 ‘트럼프의 당선과 재선 실패는 정치적 지형의 변화인가, 아니면 단순한 일탈인가’, ‘트럼프 개인의 정체성은 얼마나 문제가 됐나’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학자들의 회의가 대면 방식이 아니라 화상회의로 열린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역사적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고 그 결과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참석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역에 성공했다면 재선에도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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