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은퇴·결혼시 10일 휴가” 덕후 배려해주는 日회사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3월 22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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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한 일본 회사가 직원들에게 “좋아하는 아이돌이 은퇴하거나 결혼을 하면 10일의 유급휴가를 주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22일 재팬 투데이에 따르면 도쿄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히로로’ 설립자 시젠 츠루미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직원의 ‘오시’(推し)가 은퇴하면 최대 10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시’란 아이돌 그룹에서 자신이 최고로 지지하는 멤버를 일컫는 말로, 한국의 ‘최애’(最愛)와 같은 말이다.

츠루미 대표는 이어 “그다음 순위에 해당하는 아이돌이 은퇴하면 3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한다”고도 덧붙였다. 최애 다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인 ‘차애’(次愛)의 은퇴도 충분히 슬플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히로로 직원들은 최애 아이돌 멤버가 결혼을 해도 최대 10일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다. 휴가는 최애가 약혼을 발표한 날부터 결혼하는 당일까지 해당 기간 내 나눠서 써도 된다.

최애의 은퇴·결혼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의 정도에 따라 휴가 일수도 조정할 수 있다. 또 최애의 콘서트가 예정된 경우 일주일 전까지 신청하면 휴가를 얻을 수 있으며, 게릴라 콘서트 등 돌발 행사에 참석해야 할 때는 당일 조퇴도 가능하다.

도쿄 엔터테인먼트 회사 ‘히로로’의 설립자 시젠 츠루미가 “직원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은퇴하거나 결혼을 하면 10일의 유급휴가를 주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갈무리
도쿄 엔터테인먼트 회사 ‘히로로’의 설립자 시젠 츠루미가 “직원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은퇴하거나 결혼을 하면 10일의 유급휴가를 주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갈무리

이러한 제도가 생긴 데에는 아이돌 ‘덕질’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츠루미 대표의 경영철학이 한몫했다. ‘덕질’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로, 덕질하는 사람을 흔히 ‘덕후’라 한다.

츠루미 대표는 회사 특성상 직원들 중에 아이돌 덕후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들의 덕질 생활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지난해 7월 애니메이션 성우 겸 가수 미즈키 나나의 결혼 발표 당시, 직원 한 명의 업무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걸 봤다고 츠루미 대표는 전했다. 또 한 아이돌이 은퇴 선언을 했을 때 어떤 직원은 업무에 집중을 못 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츠루미 대표는 이들에게 위로 휴가를 부여했다. 긴 휴가 동안 최애에게 받은 충격과 슬픔을 충분히 다스린 직원들은 업무에 복귀한 뒤 더욱더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게 츠루미 대표의 주장이다.

이 같은 사연이 전해지자 히로로 회사에는 취업 문의가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도 최애가 은퇴했을 때 힘들어서 울면서 출근했다”, “덕질로 인한 슬픔을 이해해주는 몇 안 되는 좋은 회사”라며 츠루미 대표를 추켜세웠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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