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가 된 브라질 형제…‘세계 최초’ 일란성 쌍둥이 동시 성전환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2-25 21:00수정 2021-02-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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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란성 쌍둥이 마일라 헤젠지(왼쪽)와 소피아 알버커크. 사진=쌍둥이 인스타그램
브라질의 한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성전환 수술을 함께 받았다. 여성 일란성 쌍둥이가 남성으로 성전환한 적은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처음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 출신의 19세 쌍둥이 마일라 헤젠지와 소피아 알버커크는 지난 11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쌍둥이 형제였던 이들은 5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쌍둥이 자매로 변신했다. 수술을 담당한 호세 카를로스 마르틴스 박사는 “출생 당시 남성이었던 일란성 쌍둥이가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쌍둥이는 어릴 적부터 자신들을 여성으로 인식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언니 마일라는 “3살 때부터 내가 여자라고 생각했다. 나를 소녀로 만들어 달라 신께 기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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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라 헤젠지의 어린시절 모습과 현재. 사진=인스타그램
소피아 알버커크의 어린시절 모습과 현재. 사진=인스타그램


이 때문에 쌍둥이는 청소년기에 잦은 괴롭힘과 성희롱에 시달렸다.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구석은 가족이었다. 마일라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때마다 집으로 달려가 엄마 품에 안겼다”면서 “엄마는 암사자처럼 우릴 맹렬히 보호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쌍둥이의 어머니도 처음부터 쌍둥이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속으론 쌍둥이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고통받는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어릴 때 인형이나 드레스를 주지 않았다. 쌍둥이를 더 행복하게 키우지 못해 속상하다”고 후회했다.

쌍둥이가 수술을 마치고 나오자 어머니는 “이제야 안심이 된다”면서 “쌍둥이를 아들로 여긴 적 없다. 나에게 쌍둥이는 언제나 딸이었다”고 밝혔다.

일란성 쌍둥이의 성전환 수술 장면. 사진제공=브라질 트랜스젠더 센터

브라질 내 성전환 수술은 2011년부터 브라질 보건 당국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수술이 가능한 공립병원도 5개뿐이고 대기자 명단도 길어 쌍둥이는 처음에 태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으려 했다.

그러다 운 좋게 자국 트랜스젠더 센터를 통해 수술할 수 있게 됐고, 할아버지가 집을 팔아 수술비 10만 헤알(약 2051만원)을 마련해준 덕에 쌍둥이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바뀐 모습을 본 쌍둥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마일라는 “여자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너무 오랜 시간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 이제 존중받길 원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일란성 쌍둥이의 성전환 수술을 담당한 의료진. 사진제공=브라질 트랜스젠더 센터

상파울루에서 토목 공학을 공부 중인 동생 소피아는 “우리는 세계에서 ‘트랜스포비아(트랜스젠더 혐오)’가 가장 심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브라질 트랜스젠더-여장남성 전국연합(ANTRA)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브라질에서 살해된 트랜스젠더는 175명에 달한다.

쌍둥이는 “사람들이 우리도 인간이라는 걸 알게 하고 싶다”면서 “트랜스젠더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함께 싸우겠다”고 전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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