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장 주변 戰時처럼 ‘레드존 봉쇄’… 오바마 때의 3배 軍투입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01-18 03:00수정 2021-01-18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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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美대통령 취임 D―2]
軍병력 에워싼 美의사당 르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4일 앞둔 16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군 차량과 군인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전날 의사당 주변 13개 지하철역이 폐쇄된 가운데 주 방위군 2만5000여 명이 동원돼 무장 시위에 대비하고 있다(위쪽 사진). 의사당 내부 로턴다홀에서 방송 중계 장비와 음향 장비를 설치하던 한 남성은 “통제가 강화됐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AP 뉴시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16일(현지 시간) 기자가 찾아간 미국 수도 워싱턴 도심은 마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분쟁지역을 연상케 했다. 국회의사당으로 연결되는 거의 모든 도로는 경찰차와 함께 대형 군용차들이 입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높이가 3.5m 이상인 대형 철제 펜스가 국회의사당의 사면을 빈틈없이 둘러쌌다. 이 펜스를 따라 총을 든 방위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있었다.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키면서 20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이 지역 경비가 크게 강화된 것이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링컨기념관까지 뻗은 기다란 잔디 공원 ‘내셔널 몰(National Mall)’도 전부 철제 펜스로 접근이 원천 봉쇄됐다.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러 나왔다가 공원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은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있었다. 동영상을 찍던 한 백인 남성은 “워싱턴에서 이렇게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나중에 내 손자들에게 꼭 이야기해 주리라”라고 혼잣말을 했다. 매년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이곳 인근 도로에선 군인과 군용차량을 제외하면 행인이나 차량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워싱턴 보안당국은 이날부터 취임식 날까지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인근의 모든 지하철역을 봉쇄한다. 자동차 도로들도 워싱턴 진입 구간부터는 겹겹이 통제됐다. 기자증이나 의회 출입증이 없는 외부 일반인들은 사실상 워싱턴 중심부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기자가 국회의사당에서 멀리 떨어진 지하철역에 내려 한참을 걸은 뒤 여러 차례의 검문 구간을 거쳐 정문을 통과하기까지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폭력 사태가 벌어졌던 국회의사당에도 들어가 봤다. 별관의 방문자센터에는 군복을 입은 주 방위군 병사 100여 명이 곳곳에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병사들의 배낭은 바닥에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말 그대로 임시 막사였다. 방문자들이 이용하던 카페테리아는 어느새 병사들의 구내식당이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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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시 당국은 취임식이 열릴 도심을 ‘레드존’과 ‘그린존’으로 나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레드존은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포함해 링컨기념관, 워싱턴 모뉴먼트,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등 핵심 지역으로 특별허가를 받은 차량만 들어갈 수 있다. 그린존은 국제통화기금(IMF) 국무부 청사 등 그보다 외곽 지역으로, 이 지역에 사는 주민과 사업자들만 출입이 가능하다. 그린존은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점령 후 수도 바그다드에 조성한 안전지역을 뜻하는 용어다. 미 연방우체국(USPS)은 테러에 이용될 것을 우려해 전국 주요 도시의 우체통을 일시적으로 철거했다. CNN은 적어도 17개 주와 워싱턴 우편당국이 관할구역 내 우체통을 철거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에는 취임식 당일 주 방위군 2만5000명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흑인 대통령에 대한 테러 우려로 9000명이 투입된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진 것이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혹시라도 수상한 행동을 보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하며 전화번호를 카메라 앞에서 직접 불렀다. 취임식 기간에는 워싱턴을 방문하지 말고 집에서 TV로 행사를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총을 비롯한 무기와 반려동물, 풍선, 플래카드는 물론이고 셀카봉까지 포함한 취임식 행사 ‘금지 품목’을 공지했다.

워싱턴뿐 아니라 50개 주 정부들도 정부 청사나 법원 건물 등에 경찰 병력을 늘리는 등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극우집단이 취임식 날까지 미 전역에서 무장 봉기를 할 수 있다는 연방수사국(FBI)의 경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주도(州都) 새크라멘토의 의회 건물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주 방위군 1000명을 투입했다. 극단주의 세력의 불법 행위가 빈발했던 미시간주도 의회 건물과 주지사 사무실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레드존 봉쇄#軍병력#美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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