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했다” vs “충분히 검토했다” 英美 백신 승인 두고 자존심 전쟁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4일 0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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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2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선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규제당국은 “충분히 검토했다”고 반박했다.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영국이 승인을 서둘러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을 훼손했다고 비판했고, EU는 영국이 브렉시트(EU 탈퇴)를 앞두고 정치적 결정을 했다고 비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3일(현지시간) 미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백신 승인을 정말 서둘러 통과시켰다. 성급했다(rushed)”고 주장했다.

파우치 소장은 “그들은 화이자로부터 데이터를 넘겨받아 정밀하게 조사하는 대신 ‘좋아, 승인하자, 바로 그거야’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절차가 ‘최고 표준’이라고 치켜세우며 “FDA가 일주일 정도 시간을 앞당기려 했다면 규제 과정의 신뢰성이 훼손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U에선 ‘탈퇴를 앞둔 영국의 정치적 쿠데타’ ‘관심 끌기’ 등 더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영국은 이달 말까지 EU 의약품 판매 규제를 적용받고 있지만, 긴급조항에 따라 백신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2일 EU 회원국들과의 화상회의를 EU 의회에서 “가장 먼저 백신을 승인하는 게 중요한 아니라 안전하고 효율적인 백신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는 EU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우리는 영국이 선택한 긴급승인 절차보다 더 많은 증거와 검사를 요구했기 때문에 영국보다 백신 승인 절차가 더 오래 걸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에 영국 규제당국은 발끈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2일 “백신 승인을 위해 중복 시험과 사전검토(rolling reviews)를 사용했다”며 “승인 과정에서 어떤 절차도 배제한 적 없다”고 밝혔다.

다음날에도 “우리는 가능한 최단 시간 내에 데이터를 엄격하게 평가했다”면서 “승인 과정에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일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한 적은 있지만, 단계를 건너뛰지 않았다. 안전성과 품질 및 효과 모두 기준치를 웃돌았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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