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두달 남은 트럼프, 끝까지 ‘美우선주의’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3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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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두 달 남겨놓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의 군비 축소를 위해 맺어진 다자간 협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또 주요 20개국(G20)이 화상으로 모인 정상회의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정인 파리기후협약을 맹비난했다. 임기 말까지 ‘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이며 국제무대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성명에서 “미국은 이날부로 항공자유화협약을 공식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34개국이 가입돼 있던 항공자유화협약은 회원국이 상호간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해 군사력 확장을 견제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미국은 올 5월 22일에 러시아가 계속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로 “6개월 뒤 탈퇴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고 이날 실제로 탈퇴를 강행한 것이다.

이 조약은 위성 정찰 능력이 없는 유럽 국가들에게 러시아의 군사 동향을 체크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돼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미국과 동맹국에 이득이 된다”며 협약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상당수의 동맹국이 피해를 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G20 회의에서는 이미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을 또다시 비난하며 국제 협약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파리기후협약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면서 “그것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없애기 위해 고안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수백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포기한 채, 세계 최악의 오염 유발자들과 환경 범죄자에게 수조 달러의 미국 돈을 보내기를 거부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파리협약에서 탈퇴할 예정이라고 통보했고 이달 초 공식 탈퇴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첫날 파리협약에 복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선 불복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G20 회의 참석을 암시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20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감사를 표하면서 내년 의장국인 이탈리아와도 잘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부정선거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 했다”며 “나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선거엔 결과가 있는 것이고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난 것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공화당)는 22일 트위터로 “골프는 그만하고 이제 패배를 인정하라”고 썼다.

뉴욕=유재동 특파원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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