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항미원조’ 띄우며 애국심 강조… 현지 한국기업 “反韓 번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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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70주년 대대적 행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6·25전쟁 참전을 의미하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을 언급하며 “정의와 평화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6·25전쟁을 ‘미국에 승리한 전쟁’이라고 주장하며 애국심 고취에 나선 것이지만 한국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전날 시 주석이 ‘위대한 승리 기억, 평화·정의 수호 중국 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회’를 참관하면서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항미원조 정신은 소중한 정신적 자산으로 모든 시련과 모든 강력한 적을 이겨내도록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을 고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시회에는 시 주석뿐만 아니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포함해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전원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이례적으로 총출동했다.

중국은 25일을 ‘항미원조 기념일’로 지정해 기리고 있다.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이 첫 교전을 벌여 승리한 날이라는 취지다. 이를 앞두고 6·25전쟁 관련 대형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도 줄줄이 제작되고 있다.

중국중앙(CC)TV는 12일부터 ‘항미원조 국가수호’라는 제목의 20부작 다큐멘터리 방송을 시작했다. CCTV는 현재 거액을 투자한 드라마 ‘압록강을 넘어서’도 준비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중국군이 미군을 격퇴하고 한국군의 북침 야욕을 막아냈다고 묘사한다. 25일에는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금강천(金剛川)’이 개봉된다.

중국이 이처럼 항미원조 정신을 앞세워 미국에 맞서며 대내 결집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혐한(嫌韓), 반한(反韓)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때는 중국에서의 롯데 퇴출, 중국인의 한국 단체여행 금지로까지 이어진 전력이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이 6·25전쟁과 관련해 ‘한미가 겪은 고난’을 언급한 것을 놓고 중국 누리꾼들이 ‘중국을 모욕했다’며 공격하고 있다. BTS 관련 제품의 운송을 거부하는 중국 배송업체 관련 논란도 커지고 있다. 20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는 전날 BTS 관련 제품 운송을 가장 먼저 거부한 택배회사 윈다(韻達) 외에 위안퉁(圓通)과 중퉁(中通)이 ‘BTS 관련 물건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글이 올라왔다. 이에 중국 당국이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윈다가 공식 계정을 통해 입장을 공개했던 것과 달리 위안퉁, 중퉁은 공식 입장인지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누리꾼들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과도한 애국주의로 인해 ‘가짜 뉴스’ 논란까지 생기는 것”이라면서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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