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학교 우익교과서 사실상 퇴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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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亞 침략전쟁 미화
교육현장 외면에 채택률 1% 못미쳐

일본에서 우익 성향의 교과서들이 잇따라 교육 현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23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2021학년도(2021년 4월∼2022년 3월)부터 4년간 사용될 일본 공립중학교 교과서 선정 결과 이쿠호샤의 역사 교과서는 채택률이 1%, 공민(일반사회) 교과서 채택률이 0.4%로 각각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쿠호샤 교과서 채택률은 역사 6.4%, 공민 5.8%이었다는 점에 비춰 보면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사라진 셈이다.

2007년에 설립된 이쿠호샤의 교과서는 일본의 식민 지배와 아시아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다른 교과서와 비교해 이쿠호샤의 역사 교과서는 1923년 9월 간토대지진 직후 조선인 6000여 명이 학살된 사건에 대한 설명이 가장 짧고, 그 배경이 된 근거 없는 유언비어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 공민 교과서 또한 국민의 권리보다는 의무를 강조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내년 이쿠호샤 교과서 채택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학생 수가 많은 요코하마, 오사카 등 16개 지방자치단체 교육위원회가 잇따라 이쿠호샤 교과서를 다른 출판사 교과서로 교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년부터 다른 출판사 교과서에서 이쿠호샤로 바꾸기로 결정한 곳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지역구인 시모노세키 한 곳뿐이다.

마이니치는 이런 지자체의 움직임 배경에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워크21’ 등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채택 반대 운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단체의 스즈키 도시오(鈴木敏夫) 사무국장은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의 교사나 시민의 목소리가 보디블로(권투에서 상대의 복부를 타격하는 것)처럼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익 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편집에 관여한 지유샤의 역사 및 공민 교과서도 교육 현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과거 0.1% 정도의 채택률을 보였는데 올해 정부의 검정에서 결함이 너무 많아 아예 탈락했다. 이 때문에 지유샤 교과서를 선택할 수조차 없게 됐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우익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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