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러시아의 반(反)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44)의 독극물 중독 사건이 미국 및 유럽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나발니는 지난 20일 독성 물질이 섞인 차를 마신 후 모스크바를 향하던 비행기에서 의식을 잃었다. 그는 현재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며 러시아 정부 역시 그가 혼수상태에 빠진 원인을 규명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건으로 서방 국가와의 관계가 악화될까 우려하나’라는 질문에 “첫째, 우리는 그러한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며 “러시아 정부는 현 상황을 낙인찍으며, 확인되지 않은 원인을 독살로 확정 짓는 데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의식불명 상태의 러시아 국민이다. 우리 역시 그가 혼수에 빠진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옴스크의 병원에서는 이미 그의 체내에서 독극물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며, 독일에서도 실제 독극물이 확인됐는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일 나발니가 탑승한 항공기는 옴스크에 긴급 착륙했고,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옴스크의 의료진은 나발니의 체내에서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그의 의식불명 원인을 ‘대사 장애’로 추정했다.
나발니는 이후 22일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상태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가 왜 의식불명인지,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을 우리도 남 못지않게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럽과 미국 등은 최근 나발니의 사태와 관련해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나발니의 (독극물 의심 물질) 중독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며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해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영국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유럽연합(EU) 등도 연이어 나발니 독살 의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25일부터 러시아를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 역시 현지 당국자들을 만나 나발니 사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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