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UAE와 국교 정상화 합의…‘공동의 적’ 이란 견제 의도?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입력 2020-08-14 15:15수정 2020-08-1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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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국교 정상화는 ‘공동의 적’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UAE는 이란의 팽창에 직접적인 위협을 느껴왔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위협을 느껴 핵시설 선제 타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UAE는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호르무즈 해협은 UAE를 비롯한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로로서 이란군의 통제를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이 아랍 세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가운데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스라엘과 UAE가 이에 반발하면서 양국이 한층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란에 대한 군사 정보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관계를 다져나가고 있었다는 뜻이다.

중동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카타르와 시리아,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결집하는 가운데 이에 반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이 명분 보다 실리에 기울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이란 전선을 키우고 군사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수니파 국가들이 오랫동안 이슬람 세계의 적으로 여겨지던 이스라엘과 이미 우호관계로 돌아섰고, 국교 정상화를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란에 반감을 가진 사우디, 오만, 쿠웨이트 등 걸프 아랍국이 UAE를 따라 차례대로 수교 문을 열 가능성도 점차 높아진다. 당장 다음 후보로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안팎에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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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특훈교수(중동학)는 “반 이란 세력의 중심축인 사우디는 이슬람 세계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크고, 내부의 이슬람 보수세력의 반발 때문에라도 이스라엘과 수교를 바로 맺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번 국교 정상화는 사우디가 이스라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혈맹인 UAE가 먼저 물꼬를 터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양국간 합의 성명에는 이스라엘이 중동 화약고로 불리는 요르단강 서안지역에 대해 추가 합병르 중단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요르단강 서안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이나,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대부분 지역을 이스라엘군이 점령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수시로 해당 지역에 대한 합병계획을 밝혀왔고, 대부분의 아랍권이 이에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이 나온 뒤 이내 TV연설을 통해 “UAE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서안 합병을 연기하는 데 동의했으나, 합병 계획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고 말해 불씨를 남겼다. 이를 두고선 서안지구 합병을 찬성하는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이스라엘과 UAE 국교 정상화는 최근 팔레스타인의 입김이 예전과 같지 않고, 중동 걸프국도 명분 보다는 실리에 치우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중동 걸프국은 상징적으로 팔레스타인 편을 들겠지만, 이스라엘과의 관계 복원에 더 비중을 두는 흐름이 이미 더 우세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자국내 정치 관계에 따라, 합의와 달리 서안지구에 대해 강공으로 나설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본 것이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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