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수능 취소된 영국…“모의고사 성적으로 입시”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12일 15시 44분


내신 바탕으로 시험감독청서 성적표 발표
예상 밑도는 성적에 학생·학부모·교사 반발
흑인,아시아 및 공립학교 학생에게 불리 주장도

영국 교육부가 결국 ‘모의고사’ 성적을 활용한 입시를 허가했다.

1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내각은 11일 11시간 동안의 내부 회의를 통해 “A레벨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면 모의고사 성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영국은 보통 5~6월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A레벨(A-Level) 시험을 치른다. 그러나 올해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시험을 모두 취소한 상황이다.

교육 당국은 A레벨의 대안으로 학기 중 실시한 예비시험과 과제 등을 토대로 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성적을 산출하겠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시험을 치를 수 없으니, 학생이 시험을 봤다면 어느 정도의 성적을 얻을 수 있었을지 예상치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주 성적이 발표되며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강한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성적 알고리즘을 분석한 감독기관인 영국 시험감독청(Ofqual)이 내놓은 성적이 일반 교사들의 예상치보다 39% 상당 낮게 나오면서다.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영국 명문대는 지난 1월5일께 일제히 조건부 합격자(Conditional Offer)를 발표한 상태다. 대학은 A레벨의 성적에 따라 조건부 합격자의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예상외의 낮은 성적이 나오며 학생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미 런던대, 옥스퍼드 브룩스대 등은 “평소 학습 기준에 근거에 성적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라며 비관적인 연구 결과를 내놨다.

버밍엄대과 노팅엄대는 “Ofqual의 성적은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과 공립학교 학생들에 불리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실제 5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백인 학생의 82%가 Ofqual의 성적 산출 방식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반면, 흑인 학생은 67%, 아시아계 학생은 42% 만이 ‘만족한다’고 밝혔다.

개빈 윌리엄슨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올해 초 각 학교에서 실시한 모의고사에서 받은 성적으로 A레벨 성적을 대체할 수 있다”고 밝히며 다만 “모의고사가 실제 A레벨과 같은 조건으로 진행됐고, 각 학교가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가을에 다시 시험을 시행해 학생들에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슨 장관은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모든 학생이 자신이 공정한 성적을 받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학생들이 가을께 다시 시험을 볼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모의고사 성적이라는 안전망을 제공해 그들이 교육 분야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세 가지 방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국 중등학교장연합(ASCL) 사무총장인 제프 바턴은 내각이 고작 11시간의 회의를 거쳐 졸속 대책을 발표했다며 “정부가 진정 제도를 바꾸고자 했다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대응을 서둘러 내놓을 게 아니라 최소한 며칠 동안은 대책을 논의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영국 대학연맹(UCU)의 조 그레이디 사무총장은 “Ofqual의 알고리즘 성적이 점수를 하향 평준화하고 학생을 막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잘못된 제도로 많은 학생이 삶의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슨 장관은 사회적 반발을 인지하고 있다며 “아무도 시험을 취소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시험은 가장 좋고 공정한 평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야기된 혼란은 시험을 실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의고사 성적, Ofqual이 산출한 A레벨 성적, 가을께 시행할 시험 성적 등 세 가지의 방안은 “가능한 공정한 결과를 도출하고, 우리 젊은이들이 그들의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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