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 인근 총격에도 기자회견 강행…“나와는 관련 없을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1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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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 브리핑 도중 백악관 바로 앞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에 의해 긴급 피신하는 일이 발생했다. 남성인 용의자는 경호당국에 바로 제압돼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브리핑을 이어갔다. 용의자의 신원과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오후 5시 50분경(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한 경호 요원이 그에게 접근해 “지금 자리를 떠야 한다”고 긴급히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문을 모르고 “뭐라고요?”라고 다시 물어봤다가 경호 요원의 귓속말을 듣고 나서 기자들을 한 번 바라본 뒤 브리핑장을 벗어났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참모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자리를 떴고 브리핑장은 바로 폐쇄됐다.

미 비밀경호국에 따르면 총격은 워싱턴 DC 펜실베이니아 북서 지역 애비뉴와 17번가가 만나는 곳에서 발생했다. 백악관 웨스트윙에 있는 브리핑룸과 직선거리로 불과 200~300m 떨어진 곳으로, 일반인이 백악관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집무실(오벌 오피스)로 피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약 5분 뒤에 돌아와 브리핑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밀경호국이 매우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업무를 수행했다”며 “내가 알기론 경호원이 용의자를 총으로 쐈고 그는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말했다. 용의자가 자신을 노린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잘 모른다. 나와는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이 “당황했느냐”고 묻자 “내가 당황한 것처럼 보이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것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지금까지 세상은 항상 위험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룸에서 벗어나는 사이 백악관 주변에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백악관 경호 요원들은 자동소총을 들고 현장으로 급하게 뛰어나갔고 일부는 나무 뒤에 몸을 숨겨가며 용의자에게 접근했다. AFP통신은 백악관 근처 시위대를 인용해 총성이 울린 후 남성의 비명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경호 요원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고 워싱턴 시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사당국은 총격범이 정신 병력이 있는지와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가 어떤 종류의 행동을 했다가 경호 요원에게 제압됐는지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비밀경호국 측은 “이 사건으로 경호대상자가 위험에 처하거나 백악관 건물이 손상을 입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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