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 원양어업 눈감던 中, 자국 어선에 첫 금어기 설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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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오징어 어획량 70% 독식
에콰도르-아르헨과 갈등 고조에 “9∼11월 어장 2곳 안 가겠다”
SCMP “미중갈등 깊어지며 우호적 여론 확보하려는 전략”

불법 조업으로 세계 각국과 마찰을 빚어 온 중국이 처음으로 근해가 아닌 곳에서 자국 어선에 대해 금어기를 설정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과 갈등이 깊어지자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9∼11월 중국 원양어선을 대상으로 동태평양과 대서양 서남단 일부 구역에 오징어 금어기를 설정했다. 금어기 설정 구역은 에콰도르와 아르헨티나 부근 어장 등 두 곳이다

중국은 이번 금어기 설정에 대해 “공해 해양자원 보호와 대책 마련에 있어 중국이 연안국 및 국제기구와 적극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징어 개체수 회복과 지속 가능한 어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SCMP는 “이번 조치가 환경 단체들과 일부 국가가 중국 어선들을 비난하는 가운데 나왔다”며 “미중 갈등이 깊어지면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어선은 200∼300척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며 세계 어장 곳곳에서 조업해 왔다. 2018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오징어 어획량의 70%에 달하는 52만 t을 잡았다. 국제 비영리단체 ‘글로벌 어로 감시(GFW·Global Fishing Watch)’에 따르면 중국의 불법 어획 활동으로 한국과 일본 수역의 어획량이 2003년 이후 각각 80%와 82% 줄어들었다.

중국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어획으로 여러 차례 주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달 말 에콰도르 정부는 갈라파고스 인근 해상에서 약 260척의 대규모 중국 어선단이 포착되자 중국 정부에 강하게 경고했다. 아르헨티나는 2016년 해안경비대를 출동시켜 중국 어선을 침몰시켰고, 올해 초에는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실탄 사격을 가해 중국 어선을 퇴거 시켰다. 2011년 서해에서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한국 해경의 이청호 경사가 중국 어민이 휘두른 흉기에 희생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 어선#금어기#미중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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